(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기업을 상대로 한 대출 영업을 확대하면서 자금 필요성이 크긴 하지만 예금 등을 통한 수신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은행채를 통한 조달 유인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대출 급증에도 가계 대출 둔화…"조달 수요 많지 않아"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41조8천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 말 111조558억원과 비교해 27.7% 늘어난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599조8천677억원에서 634조9천17억원으로 약 5.84% 증가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창구를 찾아 빠른 속도로 대출을 늘렸지만,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 물량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은행채 발행 잔액은 107조7천413억원으로 지난해 2월 말 100조8천713억원보다 6.8%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채 잔액은 대기업 대출보다 증가 폭이 작았고, 특히 5대 은행의 은행채 잔액은 작년 7월 말 기준 90조9천313억원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은행권들은 대기업 대출이 빠르게 늘었지만 가계 대출이 그만큼 늘지 않아 은행채 발행의 필요성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695조7천922억원으로 지난해 2월 말 대비 1.5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4.74% 늘었으나, 개인신용대출이 8.64%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 대출 위주로 자산 성장이 이뤄졌지만, 가계 대출은 상당히 억제된 상태면서 대출 증가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올해 은행채 발행 계획도 경제 성장 수준을 따라가는 정도로 계획했고, 자금 수요도 그렇게 많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銀 자산 축소에 은행 예금도 인기…"하반기부터 발행 회복할수도"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몰려드는 점도 은행채 발행의 제한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 원화 예금 잔액은 올해 1월 말 1천649조712억원으로 작년 1월 말 대비 3.6%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규모는 같은 기간 6.2% 늘어났다.

예금 금리가 높다는 점도 있지만, 저축은행업권이 자산을 줄여왔던 점도 은행 수신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작년 건전성 강화와 이자 비용 절감을 위해 대출 자산을 축소하면서 수신 규모도 줄였다.

전일 기준 은행권 예금의 2년 만기와 3년 만기 상품 평균 금리는 최고 우대기준 3.42%, 3.56%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각각 3.16%, 3.11%로 은행보다 낮은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저축은행 원화 예금 잔액은 지난 1월 말 104조2천626억원으로 지난해 1월 말 대비 13.8% 감소했다.

은행의 주된 조달 수단이 예금과 은행채인 만큼 수신이 탄탄하다면 굳이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올해 하반기 주요국 금리 인하가 가시화한다면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완화된 금리 환경에서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고, 은행권에서도 현재보다 낮은 금리로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오는 7월부터 단계적 정상화 논의가 시작되는 만큼 하반기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채 발행을 유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중앙은행들의 피벗 이후 경제 상황을 주시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유동성 규제가 어느 속도로 정상화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당장 발행의 필요가 적더라도 하반기까지는 상황을 보고 발행량을 조절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5대 은행의 은행채 잔액 추이
출처: 인포맥스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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