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서 연달아 '금리인하' 목소리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비둘기 메아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들에 대한 반박 목소리가 부쩍 늘어나고 있어서다. 금융시장에서는 7월 인하설이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26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향후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다소 과하게 긴축적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정상화 과정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서 위원은 그간 매파로 분류돼왔다. 최근 2년여간 소수의견으로 색채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지난 2021년 10월 금통위(0.75%·동결) 당시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임지원 전 금통위원과 함께 개진한 바 있어서다.

이처럼 매파로 인식돼온 서 위원이 완연한 도비시(비둘기파) 목소리를 내면서 현재 금통위 내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완화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발언하는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연합뉴스

 

◇ 금리인하 제약 논거 조목조목 반박

그간 한은의 조기 금리인하를 제약하던 근거에 대한 반박 목소리가 조목조목 나온 점이 눈길을 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민간소비 확대 효과는 작은 반면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지난달(2월) 금통위에서 한은 집행부는 "완화적 통화정책은 긴축적 통화정책보다 수요에 미치는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이에 더해 금리가 하락하면 가계가 완화된 이자부담을 바탕으로 소비 대신 대출을 늘리거나 디레버리징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어 소비 진작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망국' 표현까지 언급하며 집값 상승을 경계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가 부동산에 자금이 너무 흘러간다는 것"이라며 "금리정책을 잘못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다시 올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 속 서 위원은 집값을 자극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서 위원은 "현재는 실질금리가 양(+)인 상황으로 긴축 국면에 속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금융불균형을 초래하는 정도는 당장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이 한은 집행부의 시각과 다소 상반된 것 아니냐는 질의에도 서 위원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아주 높거나 낮은 상황이 아니기에 자극할 우려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했다.

금리를 인하하면 민간소비가 증진될 가능성도 최근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 위원은 "고령화 등 구조변화로 인해 금리정책의 파급경로가 약화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으나 최근 내수의 금리민감도가 과거보다 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서 위원의 이 같은 지적에 한은은 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확대 영향에 대한 연구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하가 필요한 논거가 강화될 수 있어 보인다.

◇ 연준보다 빠를 수도…정부 인식도 '눈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더 빠르게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할 논거까지 제기된 점도 눈에 띈다.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원화 절하 위험은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핵심 근거였다. 그런데 서 위원은 통화정책 차별화를 지원하기 위해 환율 관련 미시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도 (주요 선진국과) 다소 차별화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해 환율의 신축적 변동을 통한 대외충격 흡수(shock absorber) 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외환시장 구조 선진화, 외환수급 안정 등 미시적 정책을 병행해 대외부문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금리정책이 대내 정책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 외부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통화정책은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행인 것은 최근 식료품과 유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돼 있어서 이후 금리가 인하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인식이다.

성 실장은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분들에게 대출이 나가는 것을 관리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위험은 크게 높지 않다"면서 "올해 내에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는 쪽까지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달 서 위원과 조윤제 금통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면 금통위원은 전원 현 정부하에서 임명된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금통위의 독립성은 물론 존중되지만 시장은 금통위가 다소 도비시하게 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hkim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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