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3월27일(수)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홍경표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이민재)

[이민재 앵커]

부동산 시장에 여전히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부동산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요.

PF 사업을 진행했던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같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사들도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고요.

[홍경표 기자]

자금난을 버티지 못해 쓰러지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총 21곳으로 2022년과 비교해 7곳이 늘었고요.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581건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이달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05위의 중견건설사 새천년종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요.시공능력평가 122위 업체 선원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해 중견건설사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호황기 PF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다가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망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건설사들이 망하면서 현장이 멈춰서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부동산 불패 신화에 빛나는 강남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견 건설사 신일이 작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신일이 진행하는 공사 현장이 한 때 모두 멈췄습니다. 이 회사가 시공하던 아파트 현장 4곳에서 공사가 중단됐고요. 이 가운데 두 곳의 계약자들은 분양대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나머지 두 곳에서 시공사를 다시 찾는 식으로 어떻게든 공사 현장을 살려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중단된 현장 중 하나가 제가 다녀온 방배동의 해피트리 현장입니다.

이 현장은 48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해서 입지도 괜찮았는데요. 결국 신일의 법정관리로 현장이 멈춰섰고요. 이후 계속 PF 대출 연장에 실패한 후 토지와 건물 공매 공고를 냈습니다. 처음에 감정가가 약 600억원 가량 됐지만 이후 공매가 계속 유찰돼 가격이 반토막났습니다.

[앵커]

이렇게 신일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법정관리에 처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자]

역시 미분양으로 인한 공사비 부담이 컸습니다. 부동산 PF가 원활히 진행이 안되자 자금조달이 어려운 시행사들이 손을 들고, 시공사가 PF 빚을 떠안다 보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신일 사업장 중 하나인 울산 울주군에 있는 신일 해피트리의 경우 작년 4월 일반분양에서 93가구 모집에 6명만 신청해서 미분양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으로 건설사도 어려움에 처하고 공사 현장도 멈추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강남 말고 다른 건설 현장이 멈추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고요.

[기자]

올해 초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건.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서 누구나 알만한 건설사도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태영건설도 부동산 PF 사업을 과도하게 벌이다 결국 빚을 갚지 못해서 워크아웃에 돌입했습니다. 이 워크아웃의 트리거가 된 현장이 있었는데요. 성수동의 오피스 빌딩 PF였습니다.

제가 여기도 직접 다녀와서 분위기를 살펴봤습니다.

태영건설은 이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해 48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했으나, 이를 결국 상환하지 못했습니다. 태영건설과 같은 큰 건설사가 480억원 PF를 차환하지 못할 정도면 상황이 정말 심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에 재무제표를 집계해보니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주식은 거래정지가 됐고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결국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다보니 진행 중이었던 현장들도 멈추게 됐습니다. 과도하게 사업을 벌이다보니 건설사가 쓰러지고, 또 현장도 멈추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태영건설이 진행했던 성수동 PF 현장이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에

투자자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수동 같은 경우는 중소기업보다는 중견, 대기업을 중심으로 오피스들이 들어오면서 양극화가 진행되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지금 태영건설의 PF 중 가장 큰 사업장인 마곡 사업장도 대주단과의 PF 금리 협상으로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고요. 반포 PF 사업장도 추가 공사비 조달과 상환 순위 등으로 갈등이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결국 지금 성수동 현장의 경우도 앞의 방배 해피트리와 마찬가지로 건설사가 결국 PF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멈추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신일,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재무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고요.

[기자]

지금 부동산 PF로 인해서 어려운 것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침체가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고요. 어떻게든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서 비상 상황에 돌입했습니다.

작년에 대규모 적자를 내고, 계속해서 위기설이 나왔던 신세계건설은 레저사업을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드리조트에 매각하면서 1천800억원 가량의 자금 조달에 나섰습니다. 회사채도 발행하면서 유동성 강화에 나섰고요. 그럼에도 지난주에 신용등급 강등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을 'A-'로 낮췄는데요. 여기서 한등급만 더 내려가면 B급. 즉 투기등급이 됩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에 대해서 지방 주택사업장 분양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 부담, PF 자금보충 약정으로 인한 우발채무 리스크 확대 등을 들었습니다.

현재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900%를 넘어섰습니다. PF 사업장에서 만기 연장 실패와 미분양이 이어지고 있고요. 대대적인 계열사 지원이 없으면 자립이 힘들어 보입니다.

또 KCC건설은 최근에 서울 강남 본사 사옥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했고요. 롯데건설도 금융사 등을 통해 2조3천억원 규모의 PF 유동화증권 매입펀드 조성에 나섰습니다. 현재 건설사들의 현금 확보는 어려워진 반면 나가는 돈은 많은 상황입니다.

수익은 잘 안나는데, PF로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공사원가는 계속 늘어나니 자금 융통에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부동산 침체,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 앞으로 더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요.

[기자]

주택 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에서도 경고음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PF뿐만 아니라 이미 지어놓은 상가, 오피스텔, 상업용부동산 등 건물도 분양이 안되고 있고요.

부동산 경기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인데 이러한 상황이 올해라고 더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추가 경기 하락시 건설사의 PF와 미분양 손실이 최대 8조7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건설사들의 재무 위기가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분석도 계속해서 나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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