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연초 이후 코인원에서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되는 코인의 수가 다른 거래소와 비교해 월등하게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코인 발행사들이 거래소 측에 충분히 소명을 했음에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거래지원이나 종료에 대한 정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은 연초 이후 13개의 코인을 거래지원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상장 폐지 횟수로만 따지면 여타 거래소 대비 빈번한 편이다. 업비트는 동기간 2개의 코인을, 빗썸은 동기간 7개 코인을 각각 상장 폐지했다.

거래지원 및 종료는 현재 거래소 고유 권한으로 남아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경우도 있으나, 위믹스 재상장 사례처럼 거래소 개별적으로 결정하기도 한다.

현재 각 거래소는 거래지원 및 종료에 대한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공개된 기준을 악용해 실질적으로 상장 폐지 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인원 유의 종목 조치에 발행사 불만 커져…"소명 받아들이지 않아"

불투명한 기준 때문에 발행사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탈중앙화 커뮤니티인 이다볼 네트워크(IDV)는 최근 코인원에서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코인원은 "주요 사업 및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프로젝트의 사업계획이 투자자에 대한 공시 없이 로드맵에 따라 이행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다볼 네트워크는 폴카닷(DOT) 창시자 게빈 우드가 데이터 프로그램 육성 목적으로 만든 재단 '웹3'로부터 인가를 받은 프로젝트다.

연합인포맥스 취재에 따르면 코인원은 이다볼에 거래 수수료 할인 중단 등 토큰 유틸리티 변경 사유 외에도 이다볼 프로젝트 현황, 법적 등록 문서, 로드맵 등을 요구했고, 이다볼 측 역시 이를 소명했다.

이다볼 네트워크에 보낸 코인원 메일 내용

다시 코인원 측은 주요 사업 및 서비스상 공백, 로드맵 미이행 등을 이유로 투자유의 종목 지정을 알렸다. 동시에 앞선 토큰 유틸리티 변경에 대한 투자자 고지 여부 증명 등을 요구했다.

이다볼 측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트위터(X)나 미디움 등으로 사업 현황이나 로드맵을 공개했을뿐더러, 토큰 유틸리티 변경 건 역시 당시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다볼 관계자는 "수수료 완화 건은 한시적 이벤트로, 당시 트랜잭션 수수료가 많이 들다 보니 보상받는 것보다 수수료가 더 나가 진행하게 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다시 수수료가 내려갔기 때문에 이걸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물론 자료를 첨부해 제출했는데도 유의 종목으로 지정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다볼 외 다른 발행사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가상자산 발행사 한 관계자는 "(코인원 측으로부터) 유통량 물량 지적을 받았는데 당시 지갑이 망가진 상태라 하드월렛 교체 건으로 옮겼다고 해명했고, 실제 원래 물량을 지갑으로 재전송한 내역도 제출했다"면서 "만약 판매할 목적이었다면 거래소에 물량을 넣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았고, 다른 지적사항도 소명했어도 소용없었다. 대면 미팅도 거절당했다"고 했다.

◇상폐 규칙 따른 결정일까…기준 살펴보니

이번 사례가 코인원 거래지원 및 종료 정책을 심각하게 위배한다고 보긴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코인원의 유의 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기준에는 ▲유통량 등 토큰 이코노믹스 무단 변경 ▲블록체인 해킹 등 보안 이슈 점검 ▲주요 사업 및 서비스 미운영 ▲로드맵 이행 여부 ▲투자자의 프로젝트 정보 확인 여부 등이 담겨 있다. 대개 코인이 상장 폐지되는 경우는 해킹과 같은 보안 이슈, 유통량 무단 변동 등의 사유가 있을 때가 해당한다.

몇 가지 부분에서 지적받더라도 그 기준을 사전에 고지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어 발행사 입장에서는 소명할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위의 유의종목 및 상폐 기준에서는 사전 고지나 소명 자료에 대한 설명 등의 내용은 없었다.

문제는 불투명한 상폐 기준이 투자자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의종목 지정만 해도 가상자산 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상장폐지가 이루어질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 일부라도 회수할 길이 사라지게 된다. 그만큼 민감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런 기준을 발행사마저 납득하지 못한다면 자의적 상폐라는 오해 역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지원 및 종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발행사 다른 관계자는 "무엇이 불충분한지 추후 설명이 없다 보니 소명을 하려 해도 한계가 따른다"면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유의 종목 등을 먼저 지정한다면 결국 가격 하락으로 투자자 피해를 양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인원 측은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거래지원 프로젝트의 사업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해당 기간을 통해 충분한 소명과 이슈 해소가 되었다고 판단 될 경우 유의종목을 해제하고 있다. 실제 유의종목 지정 후 소명을 거쳐 해제된 프로젝트도 있다"고 설명했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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