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침체에 빠진 국내 주택시장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주택가격 순환주기에 따른 일시적인 침체라는 의견과 과잉 유동성 공급에 따른 거품 붕괴 이후 고통받는 미국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일부 전문가는 논쟁이 보편적 주거 복지라는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31일 발간한 '한국ㆍ일본 비교를 통한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앞으로 주택시장이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 구조로 진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주택연은 국내 주택시장의 현 상황을 가격 상승기 이후 조정국면으로 정의하며 2008년 금융위기와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 유로존 재정위기로 말미암은 세계경제 악화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경제여건 악화가 시장 회복이 더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찬호 주택연 연구위원은 "2000년대 중반의 가격 상승은 호황기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범위 안에 있다"며 "최근의 저금리, 저달러(원화 상승) 조건에서 유가안정과 세계경제 회복 조건이 더해지면 제2의 주택시장 호황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광수경제연구소(KSERI)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다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에서 2000년대 이후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금리 인하에 따른 과잉 유동성을 지목했다.

KSERI는 2001년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까지 낮추며 시작된 아파트 투기가 2005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뉴타운 정책 발표로 거품의 절정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또 국내 주택시장의 이런 양상은 2001년 IT 거품붕괴와 9.11 테러 이후 기준금리를 1%까지 낮추며 경기를 부양했던 미국과 닮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당시 풀렸던 유동성이 국내의 저축은행과 유사한 S&L등 금융기관을 통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며 가격이 급등했다.

KSERI관계자는 "한국의 부동산투기 거품은 일본형이라기보다는 미국형에 가깝다"며 "2008년 이후 미국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를 유가 증권화된 주택이 필수재라는 본래의 지위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가격 유지를 위한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정부의 개입은 보편적 주거복지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지난 2002년 3.3㎡당 700만 원 수준이던 강남 아파트 가격이 지금 2천500만 원에서 3천만 원을 넘나드는데 거품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거래가 줄었다고 하지만 주택이 주식처럼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거래가 되어야 하는 상품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임대료 보조금 지급과 같은 진짜 빈곤층을 위한 보편적 주거복지가 확립되어 있다면 주택시장 침체가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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