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작년 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이 소비자 혜택 축소와 특정 금융회사 사업확대의 빌미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12월22일 시행된 개정 여전법에는 대형 가맹점의 부당이익을 방지하고, 카드사들의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 배수를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중소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고, 카드사 간 무리한 외형경쟁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개정 여전법 시행 과정에서 대형 가맹점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고, 레버리지 규제가 우리금융지주의 카드분사 논리로 활용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먼저 대형 가맹점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 문제다.

무이자 할부는 대형 가맹점의 요구로 카드사들이 제휴 마케팅 차원에서 제공해 왔지만, 개정 여전법 시행 후 카드사의 비용 분담 요구를 대형 가맹점이 거부하면서 전격 중단됐다. 소비자들은 사전고지나 유예기간 없이 그간 누려왔던 혜택을 빼앗겼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가격 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스탠스를 고집했다.

더 나아가 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은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35년 만에 개편돼 정상화해가는 마찰적 과정이며, 무이자 할부는 기본적으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춰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까지 표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에 제공된 무이자 할부 혜택은 일반가맹점이나 재래시장의 수수료로 전가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서비스 중단은 사전고지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개정 여전법은 우리금융의 카드분사 승인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

당국은 애초 카드사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카드 분사를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개정 여전법 시행에 즈음해 카드사 레버리지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게 돼 카드사들의 과당경쟁 유인이 줄었고, 이에 따라 우리카드 분사를 허용할 여지가 생겼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업계에선 이르면 이달 안에 우리카드 분사에 대한 예비인가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선 금융위가 우리카드 분사를 승인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가 있다는 말이 나돈다.

KB금융지주의 카드분사는 허용하고 우리금융의 카드분사는 허용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는 점, 우리금융을 분할 매각하게 될 경우 카드 부문 분사는 민영화 작업을 수월하게 할 것이라는 점, 당국의 입김이 강한 은행계열사 위주로 카드업계를 재편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 여전법은 당국이 우리카드 분사를 승인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대외적인 명분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전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국이 시행 과정에서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당국이 수수방관하는 사이에 소비자 보호라는 핵심 가치가 훼손됐고, 더욱이 개정 여전법이 특정 금융회사 사업확대의 빌미로까지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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