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를 가로막을 우리은행의 계좌 가압류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시공능력 13위인 금호산업마저 '워크아웃'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서 부실 건설사는 탈출구 없이 벼랑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업계 전문가들은 19일 우리은행이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계좌를 가압류하려는 시도는 채권은행간 희생과 형평성을 필요충분조건으로 하는 '워크아웃'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파장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일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시아나사이공의 대출금 중 50%인 295억원을 상환하거나, 금호아시아나플라자(KAP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금호산업에 통보했다.

우리은행은 법적 절차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산업은행 계좌에 대한 가압류를 법원에 신청했으며 현재 법원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제도 유명무실 우려 = 건설업계는 우리은행의 가압류 시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측면을 떠나서 워크아웃 제도의 앞으로 운명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이 희생하고 있다는 채권단 내부의 결속력이 깨져, 워크아웃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간 형평성 문제를 건드릴 수 있다"며 "이러면 여기저기서 자기만을 생각하는 행동이 나와, 워크아웃제도가 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우리은행의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우리은행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희생을 감수하면서 기업을 살리고, 채권 회수율도 높이자는 채권단 공통의 목적이 유명무실해진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우리銀 행동 '이기적' = 건설 경기 악화로 고전 중인 건설업계는 우리은행의 가압류 행동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구조조정 수단인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대한 건설업계의 입장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신규자금 투입으로 유동성이 개선되는 데다 외부 영업도 유지되지만, 법정관리는 일체 민간 수주가 끊기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업을 하지 못해 회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민간 공사가 다 끊긴다"며 "만일 둘 중에 고르라면 '워크아웃'이다"고 말했다.

이병일 대한건설협회 부장은 "채권단이 당장 손실을 감수하면서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것은 채권 회수율을 높이려는 것인데 우리은행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자기 이익부터 챙기려 든다면 결국에는 채권단간 결속력이 깨진다"며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면 살아남을 건설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銀 가압류 시도 내용 = 우리은행은 2006년 금호산업이 KAPS의 설립 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SPC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590억원을 발행할 수 있도록 신용공여를 해준 바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금호가 KAPS의 지분 절반을 매각했으므로 관련한 대출을 상환하거나 기존의 신용공여를 담보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금호산업과 주채권은행인 산은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오는 3월 관리종목 지정사유에서 탈피하기 위해 감자를 앞둔 금호산업은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다 채권단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2009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돌입할 당시 2조6천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출자전환했으며 워크아웃 후에도 약 1조원에 달하는 신규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한편 우리은행의 담보대출 전환 요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KAPS관련 대출에 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했다면 채권단의 동의를 밟는 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없었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기업의 담보계약은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의 결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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