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김대도 기자 = #1.마포구 공덕동 109㎡(33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A씨는 올가을 전세 재계약이 도래하면서 1억 3천만 원 대출을 받아 같은 단지의 같은 면적대 아파트를 5억 원에 매매 계약했다. 이 아파트의 전세금은 3억6천만원까지 올랐다.

#2.송파구에 거주하는 B씨는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의 통보에 같은 동네에서 전셋집을 구해봤지만, 매물이 없어 용인 수지구 풍덕천의 115㎡(34평형) 아파트를 매매로 계약했다. 새로 아파트 가격은 3억 6천만 원, 현재 전세로 사는 아파트(32평형)의 전세 시세는 3억 2천만 원 선이다.

부동산에 대한 비관으로 내 집 마련을 미루던 전세입자들이 주택 매매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주택 가격 상승이 한 달째 지속되고, 전세가격 오름폭이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주 0.22%였던 전국 전세가격 변동률은 이번주(23일 기준) 0.18%로 오름폭이 줄었다. 수도권도 0.35%에서 0.25%로, 서울은 0.40%에서 0.29%로 오름폭이 둔화됐다.

감정원은 계절적 이주수요가 꾸준하고 직장인과 신혼부부들의 수요 증가가 지속했음에도 주택 매매가 다소 살아나면서 전세 수요 중 일부가 매매로 이전한 것 같다며 이 영향으로 전세 오름폭은 전주보다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매매시장 온기 확산…4년 누적 전세가 30% 올라= 8·28 대책 발표 후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의 매매 지표도 변화하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의 매매거래가 증가하면서 저가매물이 소진되고 매물 회수에 따른 호가 상승 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4주째 올랐다.

매매가 상승 외에 주택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9월의 하루(영업일수 기준) 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205건으로, 8월의 132건보다 월등히 많다.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전세가 상승세가 피로감에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리 하강기 누적 전세가격 증가율 32.1%에 달했다. 같은기간 누적 주택가격증가율은 -1.7%에 그쳤다. 이는 가격 하락 우려로 주택 실수요자들이 전세시장에 머문데다 저금리로 집주인들이 은행에 넣어둔 전세보증금의 수익이 줄어들자, 전세를 수익성이 높은 월세로 돌린 탓이다.

▲큰 물결이 바뀌고 있다 = 이런 전세시장의 왜곡을 초래했던 저금리 상황이 뒤집힐 변곡점이 도래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올해 연말로 예상되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하면 글로벌 금리의 동반 상승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장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전후로 지금의 주택가격 약세, 전세가격 강세 기조가 전환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만일 금리가 상승주기로 돌아서면 전세공급이 증가해 현재의 전세난이 역전세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취득세 영구인하시행과 다주택자양도세중과 및 분양가상한제의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여부 등 국회의 입법통과 여부가 빨라진다면 전세입자의 매매수요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양도세중과제도 등 세계 유일하게 존속하는 과도한 규제조치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협조로 부동산 관련 법안이 잘 마무리 될 경우 주택시장은 구매심리회복-거래증가-시장정상화-전세안정-내수경기활성화-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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