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펀드 수익률 부진과 함께 실적도 추락하며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한국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부 외국계 운용사들은 펀드 설정액 위축, 수익률 부진, 순이익 감소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60% 급감했다. 스팍스자산운용, 슈로더투신운용의 설정액도 감소 폭이 각각 35%, 27%에 달했다. JP모간자산운용과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설정액도 줄었다.

지난 1년간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설정액 300억원 이상 주식형 펀드를 기준으로 펀드 수익률을 평균한 결과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이 마이너스(-) 20%의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맥쿼리투신운용,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등의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수익률도 업계 평균치인 3.4%에 미달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지난해 3개 분기 누적(회계연도 기준)으로 15억원 적자를 시현했다. JP모건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도 1년간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도이치자산운용,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블랙록자산운용 등은 직접 운용이 아닌 재간접형 펀드로 국내 시장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델리티는 최근 국내 주식운용팀을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델리티는 국내에서는 재간접형 펀드만 유지하며 이를 위한 세일즈 부문만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계 운용사의 추가 철수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설정액과 펀드 수가 적은 회사를 중심으로 본사에서 한국 시장 철수 지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은 설립 때부터 회사를 이끈 동일권 대표가 최근 사임하며 향후 변화 가능성을 두고 가장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수익률 부진이 동 대표가 사임한 요인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라자드코리아펀드는 제약 바이오 및 의료기기, 생활용품, 엔터테인먼트 등의 종목을 펀드에 집중적으로 편입했고 해당 종목 주가가 부진하며 지난해 4분기 펀드 운용 개시 이래 가장 저조한 분기 수익률을 시현했다.

이후 동 대표가 떠나며 지난 2월 해당 펀드의 책임운용역도 변경됐다. 운용역이 변경된 후에도 다원시스, 효성오앤비, 에프티이앤이 등 보유 종목에 대해 대량의 지분 축소 공시를 내며 시장의 우려감은 더해졌다.

그러나 라자드자산운용의 뉴욕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의사가 현재로써는 없다"며 일각의 의구심을 일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제대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외국계 운용사는 많지 않다"며 "시장에서의 인지도, 판매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세계 유수의 운용사들이 한국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하며 외국계 운용사의 줄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많은 외국계에서 한국 시장을 담당하는 펀드매니저 수가 한두 명인 상황이기 때문에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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