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선 투기조장 우려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가상화폐 투자 자금을 국내증시로 돌리기 위해 한국거래소를 필두로 금융투자업계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고변동성 상품을 늘리고 진입요건도 완화해 가상화폐로 쏠린 심리를 돌린다는 계획인데, 일부에선 투기를 더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상장지수증권(ETN) 발행사들은 내달 변동성 ETN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변동성 ETN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미국 시장에서 국내 투자자의 VIX 3배 레버리지 상품 등에 대한 수요가 컸다는 점에서 인기몰이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유관부서가 합심해 가상화폐로 쏠린 투심 돌리기에 나섰다.

인덱스사업부가 KRX300 지수를 만들고, 유가증권시장본부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심사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파생상품시장본부에서는 KRX300 ETF 출시에 맞춰 3월 말 선물 등의 상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의 비중이 늘어나는 데 따라, 헤지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섹터지수나 개별 종목의 선물, 옵션 상장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간 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의 코스닥 관련 상품 출시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330여 개에 달하는 ETF 상품 중 순수하게 코스닥에 연계된 상품은 단 14개에 불과했다.

또한, 코스닥 개별 종목과 관련된 옵션은 셀트리온 한 종목이 유일했다.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게 되면 사실상 코스닥 개별 종목 관련 옵션 상품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가상화폐 투기를 잡기 위해 파생상품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을 개인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거래소는 개인의 파생상품 진입요건 완화 등도 계획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 등 비규제 시장이 커지며 파생상품의 거래가 더욱 줄었다"며 "파생상품 헤지 전용계좌 등을 도입했지만, 개인의 수요는 헤지보다 투기에 맞춰져 있어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기관이나 법적인 근거는 없고, 테마주에 대해 감시만 하는 수준"이라며 "가상화폐 투자를 열어주는 것보다 고변동성 상품 라인업을 늘리는 것이 경제적 정당성도 확보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과거 고변동성 상품을 늘리는 것에 대한 우려감도 나타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이나 파생상품 투자의 변동성도 가상화폐 못지않게 높고 펀더멘털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에 의해 수익률이 급변하기도 한다"며 "개인의 고변동성 투자가 또 다른 투기가 될 수 있으므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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