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황윤정 기자 = 상장폐지에 들어간 11개 기업 중 일부에 법원이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무더기 상장폐지 이슈가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는 형식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장폐지이므로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은 손 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이 이뤄진 직후인 지난 6일부터 2주 내로 이의 신청을 할 예정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다수의 기업이 한꺼번에 상장폐지되면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는 일이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며 "상장폐지 결정 전에 개선기한을 충분히 부여했고, 적절한 절차를 통해 결정된 만큼 이의 신청 과정에서 소상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5일 감마누와 파티게임즈가 낸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7거래일간 진행중이던 두 회사의 정리매매 절차가 이날부터 중단됐다.

거래소는 아직 법원의 결정이 나지 않은 모다, 에프티이앤이, 우성아이비, 지디에 대해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리매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 종목은 2017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범위제한에 따른 '의견거절'을 받았다. 개선 기간 이후에도 해당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정리매매는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거나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보류된다.

거래소가 이의신청을 한 후 상장폐지 여부를 놓고 본안 소송까지 갈 경우 정리매매 중단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과 거래소 간의 법정 다툼을 지켜봐야 하는 형국이다.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의 상장폐지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만큼 이번 판결이 의외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상장 관련 규정에 정기보고서 미제출, 감사인 의견 미달 등은 상장폐지 요건으로 적시돼 있다.

기업의 존속 가능성과 실질적인 요건을 판단하는 상장폐지 요건과 달리 형식적 상장폐지는 다툼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12월 결산 상장법인은 5월까지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한다는지, 재감사 보고서를 기간내 제출하도록 하는 형식적 요건에 따른 상장폐지"라며 "거래소가 개선기간을 연장하는 등 기한을 충분히 부여했음에도 재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만큼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는 적절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기업과 회계법인과의 갈등을 겪던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상장폐지가 이뤄지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된다.

상장폐지가 이뤄지고 난 후 취소된다 하더라도 상장폐지의 후폭풍은 작지 않다.

특히 회계법인이 고의나 실수로 기업을 상장폐지에 이르게 할 경우 정리매매로 주가가 90% 이상 추락한 기업의 손해는 투자자로 귀결된다.

과거에도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기업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디보스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상장폐지 절차가 중단됐고, 같은 해 네오리소스도 상장폐지 유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바 있다.

2011년에는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제일창업투자와 대양글로벌, 트루아워 등이 제기한 상장폐지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정리매매가 중단됐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이후에도 상장폐지 해당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결국 상장폐지됐다.

제일창업투자의 경우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가 불거지며 상폐 수순을 밟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던 사례가 있었으나 결국엔 모두 상장폐지됐다"며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경우에도 상장폐지 사유가 문제가 됐다기보다는 절차상의 문제점이 제기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yjung@yna.co.kr

yjhw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