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14일 타계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후일 회자가 되는 많은 말들을 남겼다.

고인은 1988년 21세기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한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이라는 변혁방향을 발표했다.

이는 사업전략에서 조직구조, 경영스타일,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전면적인 경영혁신을 담은 것이었다.

특히 회장 1인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관행화 된 경영체제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선진화된 경영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율과 책임경영'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구 명예회장이 주창한 '자율과 책임경영'은 고객과 사업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이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보편적이지만 당시로써는 LG 내부에서도, 그리고 재계에서도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경영체제 개념이었다.

시행 초기 그룹 내부에서도 '중요한 결정 권한은 회장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구 회장은 "나는 우리의 살길은 자율경영밖에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이제는 고객과 현장을 가장 잘 알고, 현장에 가장 가까운 담당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환경 변화를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여 적절히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하는 자율경영이 어느 대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자율경영이야말로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를 실현하는 지름길임은 물론, 이것만이 우리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초우량기업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 믿음 때문에 내 인생을 걸고, 사운을 걸고 어떻게든 성공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그룹이 19인치 컬러TV, 공냉식 중앙집중 에어컨, 전자식 VCR, 프로젝션 TV, CD플레이어, 슬림형 냉장고 등 영상미디어와 생활가전 분야에서 수많은 제품을 내놓은 데에는 구 회장의 개척정신이 있었다.

고인은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그룹은 개척자적 의지로 국내에 불모지였던 화학과 전기·전자, 에너지 산업을 선도해 왔으며, 이를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생산경제의 주체인 기업이 사회 속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 길은 우선 기업 본래의 활동에 있어서 끊임없이 혁신함으로써 산업고도화를 이룩하는 것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복된 생활과 사회복지에 기여하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혁신에 대한 구 회장의 신념은 강고했다.

그는 경경영혁신은 종착역이 없는 여정이라며 "경영혁신을 하면서 '여기까지가 끝이다'라고 하게 되면 그것이 곧 발전의 한계가 되고 만다"고 채찍질했다.

또 "경영혁신은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하여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혁신은 영원한 진행형의 과제이며 내 평생의 숙원이라고도 했다.

구 회장은 그러면서 "신임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혁신을 더욱 가속해서 내 평생의 숙원과 우리 모두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미래지향적인 생각 없이는 모든 인간사의 발전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 특히 기업경영에 있어서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불굴의 도전과 개척정신은 바로 미래지향적인 진취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기업은 과거에 얽매어서는 안됨은 물론이거니와 현재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 미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뛰는 것이 바로 기업활동이다"라고 덧붙였다.

'인화의 LG', '인재가 모이는 LG'를 강조한 구 회장답게 리더론과 인화단결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했다.

고인은 "리더라 하면 일하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이상적인 목표, 신들린 듯 끌려들게 하는 꿈, 즉 비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러면 그의 주변에는 꿈과 야망을 가진 젊은 인재들이 몰려들고 또 그를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대의 리더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높은 목표와 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저 회사에 들어가면 자기실현을 할 수 있겠다.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겠다. 또는 저 사람 밑에서 열심히 배우면 나도 성공할 수 있겠다, 그러면 주위에 자연히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더의 비전은 깃발과 같은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구 회장은 또 "창업 이후 자랑스럽게 지켜온 인화단결의 이념은 바로 전략경영시대에 있어서도 변함없는 우리의 정신적 바탕"이라며 "전략경영의 전개 과정에서 '인화'는 인간중시의 경영, 소비자를 알고 존중하는 경영, 나아가 국민을 알고 위할 줄 아는 경영, 더 나아가 인류의 장래에 기여하고자 하는 정신을 포용하는 '세계화의 전략경영 이념'으로 승화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에 대한 발언도 자주 하며 인재 육성을 역설했다.

구 회장은 "기업에 있어서 가장 원천적이며, 또한 최종적인 요소는 역시 '사람 그 자체'"라며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혁신이 기업발전과 국민경제 발전의 가장 큰 동인이지만, 모든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주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활동에 있어서나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서 생명력의 핵심이 사람이라는 사실은 산업이 더욱 고도화될 장래에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기업의 성장은 그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인적인 요소와 질적인 요소의 결합에 의해서 이뤄진다"며 "그러나 문제는 결국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는 "기업의 성패는 기술력이 좌우한다고 말할 정도로 오늘날의 기업활동에 있어서 기술은 최대의 무기"라면서도 "그러나 기술은 곧 사람의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기술뿐 만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라며 "일등의 사람들이 일등의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은 아울러 "기업은 인재의 힘으로 경쟁하고 인재와 함께 성장한다"며 "기업의 궁극적 목표인 인류의 번영과 복지도 인재의 빛나는 창의와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있다, 인재 육성은 기업의 기본 사명이자 전략이요, 사회적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인재론에 대해서는 "인재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완성된 작은 그릇보다 미완의 대기(大器)에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인재란 '그 시대에 필요한 능력과 사명감으로 꽉 찬 사람'"이라며 "이러한 인재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서 '스스로 성장하며 변신하고 육성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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