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국내 전자·반도체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원격·유연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직원 만족도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해 이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IT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원격·유연근무가 제조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한 원격근무를 코로나19 이후에도 상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의 원격근무는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 원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이다.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를 포함해, 회사가 아닌 어떤 공간에서도 진행이 가능하다.

LG전자는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자 지난달 27일부터 조직별 상황에 맞춰 30% 이상 원격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자 이달 1일부터 수도권 근무자 50% 이상이 원격근무를 하도록 추가로 권고했다.

LG전자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근무를 상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직원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인 SK하이닉스는 이를 확대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의무 근무시간을 특정 시간대로 정하지 않고,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 사이 출근해 최소 4시간의 근무 시간을 채우면 되는 방식의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 유연근무제에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를 코어타임으로 정해,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오전과 오후 각각 1시간 30분씩 의무적으로 출근해 있어야 했다.

이 시간에 집중적으로 근무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주 40시간 근무제와 코어타임제가 서로 충돌해 유연근무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 40시간 근무를 다 채워도 코어타임을 맞추기 위해 출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어타임에 무조건 출근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유연근무제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이에 노동조합은 2018년부터 코어타임 폐지를 건의해왔고, SK하이닉스는 시간대에 관계없이 최소 근무시간만 채우면 되는 방식의 유연근무제를 실험해보기로 했다.

지난 2~5월 코로나19 확산 당시 임산부와 기저 질환자 등 일부 직원만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삼성전자는 이달에는 전 직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범 운영한다.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부문 임직원들이 대상이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시범 운영 결과를 보고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수원 가전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 조사를 진행하는 등 제도 도입을 검토해왔다.

업계에서는 직원 만족도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가 높은 데 따라 제조 대기업의 이런 원격·유연근무 확대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제조업체의 특성상 출근이 불가피한 생산직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난제로 지적된다.

SK하이닉스는 코어타임제 폐지를 생산직군을 제외한 기술사무직 일부를 상대로 진행하며, 삼성전자는 재택근무 시범운영 대상을 디자인과 마케팅, 개발 등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에 한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의 전원 원격·유연근무가 가능한 IT 기업과 달리 제조 대기업은 생산직은 출근이 불가피하다"며 "개발·사무직과 생산직 간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제조 대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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