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華爲)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데 따라 화웨이를 주요 고객으로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분간 반도체 공급 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다른 업체들이 대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는 타격은 줄어들 거나,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이 오는 15일부터 중단된다.

미국 정부가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반도체에 대해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 데 따라서다.

지난 5월 미국이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에 대한 생산에만 제약을 가했다면, 이번 추가 제재는 D램·낸드플래시를 비롯한 사실상 모든 반도체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또 반도체의 한 종류인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드라이브 IC)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화웨이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패널을 공급할 수 없다.

화웨이 공급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단기적으로 타격을 볼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가 전 사업군을 통틀어 5대 매출처 가운데 한 곳이고, SK하이닉스도 화웨이가 최대 고객 중 한 곳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 스마트폰 생산업체며,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로 20.0%의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허가를,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부품 수출 허가를 요청했지만, 승인 확률은 낮다.

승인 검토를 미국 상무부뿐 아니라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등 여러 기관이 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며, 미국의 제재 의지를 고려할 때 승인 확률도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공급이 중단된 데다 D램 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서버와 모바일 D램 시장 위축으로 올해 4분기까지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화웨이 제재로 인한 충격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포와 비보, 샤오미 등 다른 중국 기업들이 반사이익 누리며 자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절반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화웨이의 빈자리를 메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화웨이 제재가 일찌감치 예고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다른 공급처를 수배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는 맞춤 제품이 아닌 범용 제품에 속해 화웨이를 대체할 고객사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화웨이 제재가 발동된 이후부터 꾸준히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데 주력해온 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재로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화웨이는 부품 재고가 소진되는 내년 1분기부터 스마트폰 신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화웨이가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미미해 반사이익이 크지 않겠지만, 중저가폰 시장에서 화웨이와 경쟁해온 인도나 유럽 등지에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피해를 볼 확률도 낮다.

오히려 오포와 비보 등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이들에 AP를 납품하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스마트폰 생산업체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이라며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해온 글로벌 5G 통신 장비 시장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가장 유력한 수혜주가 됐다.

삼성전자는 이달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7조9천억원 규모의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하면서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가 화웨이를 대신해 노키아, 에릭슨과 함께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을 나눠 가지게 됐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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