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3법 쟁점] "감사분리 선출·3%룰로 경영감시" vs "투기자본 경영위협"
[공정3법 쟁점] "감사분리 선출·3%룰로 경영감시" vs "투기자본 경영위협"
  • 이미란 기자
  • 승인 2020.10.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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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과 강화된 '3%룰'을 두고 정부 여당과 재계가 대립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감사위원 분리선출로 감사위원이 '기업의 감시자'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재계는 이 제도를 이용해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위원을 분리해서 뽑는 과정에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에 대해서도 1주당 1표가 부여되는 주주자본주의에 반하는 조처라는 반발이 나온다.

◇ 정부·여당 "감사위원 본연의 역할 찾아야"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의 입김으로부터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현재 대부분의 주식회사는 이사를 먼저 선출한 후 이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는다.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총수의 의중이 반영되다 보니 이사 중에서 선출한 감사위원은 감사 제도의 본래 취지인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 산하 상장사 102곳이 연 총 971차례 이사회에 2천600여개 안건이 상정됐고 이 중 부결된 안건은 2건에 그쳤다.

이사가 대주주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들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숫자에서 드러난다.

이에 개정된 상법에서는 감사위원회 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다.

대주주의 입김이 미치기 쉽지 않은 감사위원 선출을 의무화한 것이다.

대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도 축소했다.

현행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은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과 합쳐서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모비스(21.43%)와 정몽구 회장(5.33%), 정의선 수석부회장(2.62%) 등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지분이 29.38%에 달하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감사위원 선임 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줄어든다.

분리선출제 적용 대상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 또는 자산총액 1천억원 이상 상장회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회사다.

◇ 재계 "투기자본 먹잇감 된다" 반발

재계는 공정거래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룰에 특히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감사위원 선임 결정권에서 대주주가 배제될 수 있고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의 영향이 더욱 커지면서 경영권의 위협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투기자본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공격했을 때처럼 공시 없이 지분을 매집해 경영위협을 가할 경우에 뾰족한 방어책이 없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 지분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파생금융 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를 이용해 지분을 늘렸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5일 이내에 보유 현황을 공시해야 하는데, 엘리엇은 증권사 TRS 지분을 넘겨받기로 계약해 사실상 지분 5%를 넘긴 상태에서도 이를 밝히지 않다가 뒤늦게 공시했다.

공시가 나왔을 때는 지분을 7.12%까지 늘린 상태였다.

재계는 또 2~3대 주주들이 연합해서 경영권을 위협하는 '늑대 떼' 전략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연합해서 감사위원을 선출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거나, 감사위원이 될 이사 후보자의 철회를 조건으로 주식의 고가매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2~3대 주주나 해외 투기자본들이 이사회에 진출해 회사를 압박하고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다"며 "최대 주주 의결권만 제한되면 적대적 인수 합병(M&A) 세력이 연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에 대해서도 재계는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감사위원이 이사회의 다른 이사와 같은 권리와 의무가 있는데도 분리해서 선임할 법리적·실증적인 정당성이 없다고도 주장한다.

3%룰에 대해서도 재계는 형평성이 부족하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사례에서 조원태 회장에게는 3%룰이 적용됐지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3자 연합에는 3% 의결권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 정부·여당, 개정안 유지 기조…일부 보완책 가능성

정부와 여당은 재계 반발에도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 조항 등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국정과제인 공정경제 가치에서 후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때 발의된 법안들보다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법안을 수정할 경우 여권 내부나 시민사회, 학계로부터 개혁 의지를 비판받을 수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개정안에 대해 일부 감사위원만이 아니라 모든 위원을 분리선출해야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재계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룰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는 데 따라 여야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일부 보완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주주권 행사 시 주식 의무 보유 기간을 두거나, 투기펀드가 이사회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에 대비한 방어 장치를 별도로 마련하는 방식 등이다.

mr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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