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이윤구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이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1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수출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 하락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3일 환 헤지와 결제 통화 다변화 등을 통해 환율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놓았지만,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원화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외화차입이 많은 항공업계나, 원유 수입 규모가 큰 정유업계는 환율 하락의 반사효과를 볼 전망이다.



◇ 반도체 실적 타격 불가피…전자는 현지생산으로 환차손 최소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를 주로 국내에서 생산해 대부분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내려간다.

또 매출과 영업이익을 원화로 계산하면서 실적 타격도 발생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달러-원 환율이 10% 하락하면 삼성전자는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이 약 3천300억원, SK하이닉스는 약 1천600억원이 줄어든다.

다만 주요 대기업들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헤지와 결제 통화 다변화, 현지 생산 등으로 대비하기 때문에 환 변동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완제품은 현지 생산과 현지 통화 결제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환율 변동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또 통화별로 자산과 부채 규모를 일치하는 수준으로 유지해 환율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을 최소화했다.

LG전자도 사업상 결제 통화가 약 35개에 달하기 때문에 미국 달러와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이 모두 한쪽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환율 변화에 따른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고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통과시켜 환율이 급락할 경우 추가적인 실적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 자동차업계 '업황 회복에 찬물 끼얹을라' 우려

대표 수출 품목인 자동차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충격을 받았던 글로벌 판매가 회복하는 가운데 비우호적인 환율 상황이 지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는 수출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기아차가 올해 3분기 품질비용 반영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하면서 현대차는 올해 3분기 3천1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지난 2분기와 비교해 주요 국가들의 봉쇄 조치 완화 이후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역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원화 강세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아차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3.0% 감소한 1천952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3분기 매출액은 판매 감소와 환율 소폭 하락에도 K5와 쏘렌토, 카니발 등 신차와 판매 믹스 개선에 따른 대당 단가 상승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한 16조3천218억원을 나타냈다.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재유행 등의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신흥 시장 판매 부진과 비우호적인 환율 등이 하반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 철강업계 환율 영향은 제한적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의 경우 원화 강세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철강업계는 원료를 수입해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라서 원화 강세에 따른 유불리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으로 철광석 수입 비용은 줄지만, 완성된 철강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하고 수출로 인한 매출도 줄어든다.

특히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그간 고공행진을 이어온 것과 달리 철강업계는 제품에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t당 철광석 가격은 116.25달러였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5월부터 급등하면서 9월에는 130달러대까지 올라서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120달러 선에 머물다가 110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화강세로 인해 수출에 대한 부담감은 생기나 철광석 등 원재료 구매 등의 경쟁력은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주 절벽'을 겪었던 조선업계는 원화 강세로 인한 외화 관련 손실 부담이 있지만, 수주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통상 한국 조선업체와 선주들은 원화 표시 가격을 토대로 선가를 협상하는 데 원화가 강세 기조면 선가는 오르고, 약세면 선가도 내려간다.

이에 해외 선주들은 원화 강세로 선가가 더 오르기 전에 선박을 발주하려고 서두르게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체들은 원화 강세 시점에 수주를 많이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는 운임 수입과 비용 지출이 동시에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내리면 원화 표시 매출 감소와 원가율 상승으로 영업 수익성이 악화하지만, 외화부채의 원화 표시 금액이 적어져 영업외수지가 좋아진다.

이처럼 수입과 비용이 함께 줄기 때문에 환율이 급변하지 않는 한 순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정유·항공업계는 반사이익 기대

정유업계와 석유화학 업계는 기본적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원유를 달러로 구매하고 외화 표시 부채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환율 하락은 정유사들의 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환율이 10% 하락하면 SK이노베이션의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은 1천600억원 증가한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환율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놓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에 따른 이익을 고스란히 보는 구조는 아니다.

생산하는 제품의 상당 부분을 수출하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도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환율 하락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 수입 가격도 내리는 것은 반갑지만, 수출에서는 손실을 볼 수 있다.

항공업계는 업종 특성상 외화부채와 달러 결제가 많아 환율 하락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사들은 유류비, 해외 체류비, 항공기 리스료 등을 모두 달러·유로 등 외화로 지급한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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