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유럽이나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최종 결정이 나온 후 11일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우리가 주장한 SK이노베이션 제품의 10년간 미국 내 수입 금지와 생산 및 판매 금지 요청이 ITC에서 100% 받아들여졌다"며 "우리의 영업비밀이 침해당했다는 것이 이번 판결로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그간 SK이노베이션과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고 협상에 난항을 겪은 것도 바로 부분이었다"며 "SK이노베이션이 ITC의 결정을 존중하고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줄곧 미국 연방 비밀보호법에 따른 손해배상 산정 기준으로 협상에 임해왔고, SK가 제시한 안은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오늘 최종 결정이 났으니 조만간 협상 논의를 다시 시작하고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및 사용에 따른 피해가 미국에만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럽이나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발생했다고 판단하며, 다른 지역에서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는 SK이노베이션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 연방보호법의 손해배상 기준에 따르면 손해배상 금액의 최대 200%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협상 금액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할지는 전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협상 태도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수주를 위해서는 협상 타결이 선행해야 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사업을 못 하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소송 비용과 관련해서는 "양사의 비용이 다를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다고 하는데, 합리적인 범위에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가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수입을 허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포드와 폭스바겐이 대체 공급자를 찾기 위한 시간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드 F150은 내년 상반기 중 양산이 시작된다"며 "그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은 4년의 유예 기간에 약 2년 반만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 차량의 라이프타임이 보통 6~7년이니 절반도 생산을 못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F150에 대해서만 유예기간이 적용된 것이라 다른 차량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폭스바겐 MEB 역시 내년 상반기 중 양산이 시작된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유예기간은 대체 사업자를 찾기 위한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포드, 폭스바겐 물량이 LG에너지솔루션에 올 것인지는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포드,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의 수주 전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고객사였다. 유예 기간에 대체 공급사를 찾아야 해서 LG에너지솔루션도 후보 중 한 곳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사 대신 중국 등 해외 배터리사가 수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객사의 판단과 의사결정 영역이다"라고 했다.

ITC의 이번 판결이 전기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포드나 폭스바겐의 경우 수입금지 유예기간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다면 불확실성을 안고 갔을 텐데 대체 공급자를 찾을 수 있는 일정 기간을 벌어서 전기차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불확실성은 해소됐고, LG와 SK가 합리적으로 협상을 타결해서 손해배상 문제를 마무리 지어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문제만 남았다"고 했다.

다른 업체에 대한 소송 여부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드러나면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업체에 대한 소송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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