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에 실패하면 미국에서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며, 합의하더라도 막대한 배상금을 물면서 신용도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중장기 배터리 사업 차질 불가피

나이스신용평가는 16일 "ITC의 최종결정이 확정적으로 발효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사업에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ITC의 결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10년간 미국 내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셀·모듈·팩 및 부품의 수입이 금지된다.

향후 60일 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를 거쳐 ITC 최종결정에 대해 인용 또는 거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ITC 결정은 무효가 되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ITC 결정이 최종 확정된다.

나이스신평은 "SK이노베이션과 LG 에너지솔루션 간의 법적 분쟁이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미국 대통령의 ITC 최종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사례는 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또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과의 다른 소송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민사소송,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ITC 및 미국 연방법원에 상호 제기한 특허침해소송 등이 계류 중이라 합의가 없을 경우 소송 관련 불확실성이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ITC 결정이 최종 확정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항소는 가능하나 수입 금지조치 효력은 항소 절차 진행 중에도 지속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선 지난 15일 한국기업평가도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기회를 잃게 된다"며 "이번 판결로 매출 예상치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기준 30GWh 수준의 연간 생산능력을 오는 2023년까지 85GWh로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

이 중 26%에 해당하는 21.5GWh의 설비를 미국 1·2공장에 구축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ITC 결정으로 차질이 발생하게 됐다.

한기평은 "SK이노베이션은 정유 화학 부문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배터리 부문 실적의 빠른 개선으로 연결 기준 실적을 보완할 계획이었다"며 "사업 비중이 높은 미국 공장 안정화 확률이 낮아지면서 수익 창출력이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해외에서 생산돼 완성차에 실린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잠재적인 제재 가능성도 사업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막대한 배상금으로 재무 부담 가중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에 성공하더라도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신용도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한기평은 "ITC가 당초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건의한 5년 수입금지 의견보다 긴 10년 제재 기간을 내렸다"며 "이번 판결 이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대부분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까지 2조5천억∼3조원 가량의 배상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ITC 결정이 예상보다 SK이노베이션 측에 불리하게 나온 데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할 배상금의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ITC 최종 결정 이후 보고서에서 "합의금이 5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이며 합의가 안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에서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여기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 라인 증설에 매년 4조원 이상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상태로, 배상금까지 지급하면 재무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나이스신평은 "소송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가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의 합의금 지급 규모 및 방식 등에 따라 재무부담 변동 수준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페루 광구 지분 매각과 SK루브리컨츠 일부 지분 매각,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금유입 수준도 SK이노베이션 신용도의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라고 했다.

한기평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로 사업상 장애 요인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이는 실적 부진과 공격적 투자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상황에서 대규모 합의금 지급이나 장기 로열티 지급이 발생하며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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