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인텔이 200억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후 퀄컴을 첫 고객으로 맞으면서 삼성전자가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자가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TSMC에 이어 인텔까지 경쟁적으로 파운드리 투자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공급이 달리는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일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2025년까지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퀄컴과 아마존을 새 고객으로 소개했다.

현재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의 TSMC이며, 한국의 삼성전자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인텔은 수십 년간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으로 업계 선두를 지켜오다가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점점 경쟁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인텔은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취임한 후 자체 칩 생산을 넘어 고객사를 위한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부문 재진출을 핵심으로 한 새로운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등 박차를 가했다.

인텔은 앞서 100개 이상 기업과 파운드리 사업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으나 퀄컴 및 아마존과 같은 대형 고객사 유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은 10년 만에 설계에 변화를 준 트랜지스터를 적용한 '20A'를 가장 기술적으로 진전된 제품으로 소개했다.

인텔의 20A는 2나노 수준이다.

그러면서 인텔은 오는 2025년에는 1.8나노인 '18A'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4년 뒤 1나노대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TSMC와 삼성전자는 현재 5나노 제품을 생산 중이며 3나노대에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텔은 삼성이 3나노부터 전격 도입하기로 한 차세대 'GAA FET' 공정을 2나노에 적용할 계획이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인텔의 로드맵보다 공정이 지연된 경우가 많았던 데다, 로드맵 자체도 TSMC 대비 뒤처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에 나설 경우 인텔의 파운드리 영토는 크게 넓어질 수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를 각종 첨단산업의 핵심 인프라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 공급망 확보, 중국의 부상 견제,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해 연방 예산으로 520억달러(약 59조9천억원)를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지난 6월 상원을 통과했다.

지원 대상에 삼성전자나 TSMC 등 미국의 우방국의 반도체 기업도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하원 심사 과정에서 소수 의원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만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지원이 인텔을 비롯한 미국 반도체 업계에 집중될 경우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는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 기업인 인텔이 2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립을 발표한 가운데, 외국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몸집을 불릴 경우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2위 삼성전자에 특히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미세공정 기술력이 삼성전자보다 1, 2세대 뒤처져 있다 해도 세계 최대 반도체인 인텔의 영향력과 자본력·기술력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를 위협할 공산이 크다.

인텔이 파운드리 고객사로 공개한 퀄컴은 현재 삼성전자와 TSMC에 주문을 나눠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 물량을 인텔에 뺏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장비 수급 문제 역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인텔은 이번에 소개한 20A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네덜란드의 ASML에서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한다.

ASML은 EUV 장비를 연간 40여 대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EUV 기계 제조업체로, 인텔이 가세하면서 EUV 장비 수급난은 심화할 전망이다.

ASML에는 175억유로(약 23조9천억원) 상당의 주문이 밀려 있으며, 올해 주문을 하더라도 오는 2026년 이전에 EUV 장비를 받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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