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두 번째 거래일(1월 3일)에 국고채 3년물 최종호가가 1.855%였다. 이 금리는 9월 26일에 4.548%가 된다. 269.3bp가 올랐다.

이 기간에 총수익지수로 본 국채 투자수익률이 -13.1%다. 듀레이션에 따라서 손실률은 다르겠지만, 결국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국채를 담아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뜻이다.

특히나 분기 결산을 하는 3·6·9월에 금리가 크게 뛰어 타이밍도 최악이었다. 서울채권시장의 시스템 붕괴 우려가 괜히 주기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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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호주머니 걱정을 하던 채권시장 참가자들도 나중에는 정상적인 국고채 소화 여부 등 나라에 대한 염려를 키웠다. 대통령 선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국고채 발행이 역대급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 채권(한전채), 은행채까지 튀어나오니 대피소도 마땅치 않았다. 국채 금리가 270bp가량 오를 때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몰렸다.

누군가 당국에 SOS(조난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구심점이 애매하다. 그래도 채권시장에는 국채당국인 기획재정부와 밀접하게 소통하는 대표 주체가 있다. 국고채전문딜러(PD) 회장단이다.

연초부터 유례없는 채권 패닉에 당국에 대한 시장의 아우성이 쏟아졌다. PD 회장단이 PD 및 여타 기관투자가들의 의견을 나열하면 수십 가지가 넘는다. 과격한 의견들을 일부 걸러도 당국이 소화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긴다.

PD회장단이 마련한 친목의 자리가 획기적으로 소통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6월 10일(금요일), 제주도에서 열린 PD협의회 모임이다. 모든 PD사와 기재부 국채과까지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약 3년 만이다.

즐겁게 마무리될 것 같았던 행사의 주인공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였다. 당시 발표된 미국 CPI는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하루에만 26.63bp 급등했다. 주말이 지나면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입찰까지 기다리고 있어 모두 한숨을 쉬며 귀가했다는 후문이다.

함께 목격한 위기가 역설적으로 소통에는 특효약이 됐다. 미국 CPI 이후 시장금리가 오버슈팅하자, 국채당국은 바이백(조기상환)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긴급 바이백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세계국채지수(WGBI) 가입 노력과 정부-한국은행의 국고채 시장 안정 공동 대응, 크레디트물 위기에 따른 정부 합동 대책까지 PD회장단을 필두로 한 시장참가자들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다. 개별 금융사에서 저평가되는 PD를 격려하고자 우수 PD 시상식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한 것도 회장단과의 소통 결과 중 한 부분으로 꼽힌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PD협의회가 건의를 하면 국채당국도 흘려듣는 게 아니라 국채과장 등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제 PD 회장단이 바뀌었다. 지난 1년은 회장으로 KB증권, 부회장 크레디아그리콜(CA-CIB), 간사를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이제는 크레디아그리콜이 회장, NH투자증권이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메리츠증권은 간사를 담당한다. (금융시장부 이재헌 기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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