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정부 수입이 지출보다 적어 재정적자 확대 우려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 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세금 등을 통한 정부의 수입은 211조9천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조1천억 원이나 감소했다. 올해 본예산에서 총수입으로 잡은 것이 625조7천억 원이니 4개월 동안 33.9%를 채웠다. 총수입이 12개월 동안 균등하다면, 4월까지는 33.3%가 들어와야 하니, 진도율만 본다면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재정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것은 금융위기나 코로나 위기 등을 거치면서 정부가 상반기에 지출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까지 정부의 총지출은 240조8천억 원으로 전체 지출예산 638조7천억 원의 37.7%의 진도율을 보이고 있다. 4월까지 수입에서 지출을 제외한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는 45조4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정부재정수지 적자가 이미 국내총생산의 2%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수지 적자의 원인은 정부 수입 감소인데, 국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33조9천억 원 덜 걷혔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어 법인세와 소득세 등이 많이 줄었다. 하반기 경제전망이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으로 밝지 않다면, 세수 부족이 계속되어 이미 예정한 예산지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하반기의 정부 지출 제약이 부진한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반기에 추경이 필요하다면, 세수 부족을 야기할 경기 부진이 하반기에도 지속할지를 평가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반기 경기 부진을 이끌었던 수출 급감세가 개선될지 여부이다. 다행히도 최근에 반도체 경기와 중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으며, 재고조정 영향 등으로 내년부터는 전반적인 수급 여건이 개선되며 경기 반등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국 주식시장, 특히 반도체 부문에 대한 외국인의 증권투자 증가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인민은행의 정책금리 인하와 지방정부에 대한 특수채 발행 한도 확대 가능성 등은 중국경제의 하반기 경기회복을 가속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소비와 투자 등 국내 경기도 하반기에 그리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는 가계의 소득과 자산, 금리, 물가 등의 영향을 받는다. 가계 소득에 중요한 취업자 수 증가세도 15만 명 이상을 상회하고,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이미 바닥을 지났을 것으로 보여 자산 면에서도 소비를 더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도 종료되고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며 전반적인 금융 여건도 개선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은 국제유가의 안정과 기저효과 등으로 더 낮아질 것이다. 모두 소비에는 긍정적인 변화이다. 게다가 2024년의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을 것이라는 점과 교역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은 설비투자 전망을 밝게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하반기 경기는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입장도 경제 위기나 심각한 외부 충격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에는 추경 편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세수 부족 문제가 일부 발생하더라도 정부는 지난해의 불용예산이나 기금 활용, 예산집행 조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적자국채 발행이 국가채무를 늘리기 때문이다. 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를 넘지 않게 하고 국가채무도 60% 이내로 관리한다는 재정준칙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재정준칙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성장경로에 여러 하방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크게 부각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그로 인한 내수시장의 위축이다. 주요 국책 연구기관들은 현재 2%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노동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2030년을 전후로 1% 중반으로 하락하고, 2040년 중반이면 0%대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과 자본의 생산성 제고로 가계의 소득과 소비 증가에 기여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문제 해결은 경제의 구조개혁이 우선 과제로 제기되나,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 및 산업혁신과 녹색전환 등의 산업정책에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이 같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재정건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재정지출의 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로 일본의 0.3%포인트보다 세 배나 크다. 이러한 차이는 지난 10년간 일본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한국의 다섯 배를 넘는 230%를 상회해 재정지출 여력이 많이 약화한 것도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통해 2027년까지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의 50%대 중반에 도달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재정지출이 경기 대응정책의 역할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하반기 재정정책 기조는 추경보다는 재정건전성 강화 노력일 것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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