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 영장심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윤모씨와 이모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20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리테일 시장의 강자' 키움증권이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손실을 회복하기도 전에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대규모 미수금을 떠안으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영풍제지 미수금 발생으로 최대 3천억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거금률 상향 등 제때 조치를 취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키움증권은 지난 18일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매매거래가 정지된 19일에서야 100%로 상향조정해 늑장대처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른 주요 증권사들은 일찍이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해 미수거래를 막았는데, 키움증권이 40%의 낮은 증거금률을 유지해 주가조작 세력의 창구로 악용됐다는 것이다.

영풍제지는 시세조종 의혹에 휘말리며 지난 18일 하한가로 직행했고 다음 날인 19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영풍제지 관련 시세조종 정황을 포착해 조사를 이어가다 지난 9월 패스트트랙(신속수사전환) 절차를 통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검찰은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피의자 4명을 체포하는 등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키움증권이 떠안은 미수금은 4천943억원에 달한다. 이는 키움증권의 상반기 영업이익(별도 기준) 4천955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날부터 영풍제지와 모회사 대양금속의 매매거래가 재개돼 키움증권이 반대매매를 통한 미수금 회수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증권가에선 최대 3천억원대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지난 4월 CFD 사태에 이어 또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됐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미수거래는 증권사 재량의 영역"이라며 하한가 사태를 촉발한 문제의 본질은 키움증권이 아닌 주가조작 세력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종목에 부여되는 담보비율(증거금률)은 증권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며 "그에 따른 책임은 해당 증권사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키움증권의 미수금은 특정 종목에 국한된 것이고 전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현재로선 담보비율이나 미수거래 등에서 문제 원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주가조작 의혹을 밝히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주가조작 사건을 금융사의 책임으로만 몰고 간다면 향후 사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미수거래는 각사의 리스크 관리 영역에 있는 문제로, 키움증권도 현재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근본적인 잘못은 주가조작 세력에 있는데 마치 키움증권의 잘못처럼 비판받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사 스스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노력은 해야 하지만 금융사가 모든 범죄를 막을 순 없다"며 "금융사에 엄격한 책임을 물어 리스크 관리가 과해지면 규제로 인한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증거금률 산정은 증권사의 자율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당장 제재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제재 여부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키움증권의 증거금률 산정 방식 등 배경을 점검하는 한편, 리스크 관리 기준이 적절했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도 키움증권에 대한 수사 여부에 대해선 "키움증권에서 증거금률을 낮게 책정한 것이 주가조작과 연결됐는지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고 했다.

이번 키움증권 사례로 인해 당분간 증권가에선 미수거래를 제한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증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CFD 사태부터 시작해 올해에도 여러 차례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문제가 대두됐는데, 당분간 거래대금이 적은 종목이나 주가가 단기간 상승한 종목에 대해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움직임이 보일 것"이라며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온다예 송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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