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상민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계열사 글로벌X가 미국 증시에서 중화권 섹터 상장지수펀드(ETF)를 청산한 가운데 국내 운용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중국향 ETF 수익률 역시 크게 내렸고, 운용자산(AUM)이 작은 ETF 위주로 비용 문제 등 청산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X는 다음 달 19개의 ETF를 청산하는데, 그중 11개가 중국 섹터 ETF다. 중국 섹터 ETF의 수익률 부진과 함께 수요 미달이 이어지자 글로벌X는 현지 수요를 반영해 청산을 결정했다.

글로벌X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신규 ETF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X가 청산하는 중국 섹터 ETF는 통신, 소비재, 에너지, 금융, 헬스케어, 부동산 ETF 등이다. 이 중 중국 부동산 ETF(CHIR)는 1년 사이 수익률이 50% 넘게 하락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안 좋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바닥이 왔다고 생각하는데, 중국 증시가 더 내리고 있다"며 "홍콩H지수(HSCEI) 투자 심리와 맞물려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비즈니스 확장성 측면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국내와 결제제도가 달라 섹터 ETF 운용이 까다로운 측면도 청산 조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펀드 매니저는 중국 증시에서 당일 매도매수의 제한이 있고,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와 같은 투자적격 제도에 따라야 한다.

특히, 홍콩을 제외한 중화권 증시에는 한 달에 4번 현금을 찾을 수 있는 등 까다로운 환매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1년 새 국내에서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ETF는 순자산가치(NAV) 감소율은 각각 58.77%, 56.60%에 달한다. 반토막 이상이 난 상황인데, 감소율로 따지면 2, 3위를 기록했다.

2조원에 가까운 운용자산(AUM)으로 1년 사이 40% 가까이 하락한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대표적인 중국 테마 ETF다. 이외 국내 증시에 다양한 중국 전기차 섹터 ETF가 상장돼 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는 특히 미국의 압박 가능성이 크고 대만 선거로 친미 기조 등 11월 미국 선거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언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국 ETF에는 청산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설정액과 AUM이 50억원 미만이 되면 ETF는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한국거래소 내에서 청산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를 유지하는 비용보다 거래 활성화가 안 돼 수익이 안 나오면 관리 비용만 늘어 운용 이유가 없어진다"며 "국내 작은 설정 원본의 ETF는 청산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테크 기업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국내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은 전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오는 24일부터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홍콩 증시가 큰 폭으로 밀리면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폭도 더욱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상반기 ELS 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중 홍콩H지수 하락률만큼의 손실을 가져가게 된다. 만약 중도해지를 할 경우 수수료로 인해 손실률이 더 커지지만, 만기 시점에 더 하락할 리스크도 있는 상황이다.

성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지출한 지표들은 방어했지만, 시장에서는 부동산 같은 실질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다면 실망이 커질 수 있지만, 경기 부양 관련 부동산 지표 등에 개선이 나타나면 상승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X CLOU ETF 나스닥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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