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만기에 향후 예상 가치보다 염가에 출회…시장에선 붐업

우리벤처파트너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우리벤처파트너스가 금융 플랫폼 기업 토스 잔여 지분 매도에 나섰다. 토스가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진행하는 매각이라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벤처파트너스 내부적으론 토스 창업 초기 투자사인 만큼 IPO(기업공개)까지 동행하고 싶지만, 펀드의 만기가 아쉽다는 분위기다.

우리벤처파트너스의 토스 지분 매각은 일종의 '울며 겨자 먹기'다. 토스에 투자할 때 활용한 'KTB 해외진출 Platform 펀드'와 'KTBN 7호 벤처투자조합'의 만기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2014년 결성한 펀드로 이미 만기를 2년 연장해 청산을 미룰 수 없게 됐다.

시장에선 토스 IPO와 맞물려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토스가 상장을 본격화했고 향후 시장에서 예상하는 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만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토스 설립 초기에 직접 딜을 소싱해 투자까지 담당했던 당사자로서 상장 전 지분 매각이 아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LP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투자 밸류 300억~400억, KTB네트워크 시절 일부 회수

토스가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을 본격화한 만큼 우리벤처파트너스 입장에선 더욱 아쉬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창업 초기에 투자해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스타트업)까지 바라보는 기업이 증시에 입성해 회수에 성공하면 벤처캐피탈업계에서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는 트랙레코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토스에 처음 투자한 건 KTB네트워크 시절인 2015년이다. 2013년 토스 설립 2년 뒤였다. 당시 토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300억~400억원 수준이었다. 딜을 담당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간편 이체 서비스인 토스 중심의 핀테크 플랫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판단해 투자를 단행했다.

김 대표의 혜안은 적중했다. 토스가 국내 핀테크 기업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토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자 KTB네트워크 시절인 2020년 일부 구주를 매각해 26배 이상의 멀티플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 관계자는 "KTB네트워크 시절 회수한 지분은 보유 주식의 약 30%로 당시 책정된 토스 밸류에이션은 2조원 수준"이라며 "호황기였던 2021년과 2022년 토스의 밸류에이션은 10조원 이상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4만원 가격 책정, 3만원으로 할인

현재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시장에 토스 주식을 출회한 가격은 3만원이다. 지난해 10월 출회를 개시할 때 호가는 4만원이었다. 당시 장외에서 거래된 가격 수준이었다. 매각 대상은 우리벤처파트너스가 보유한 토스 지분 2%가량이다.

다만 시장은 냉랭했다. 매력적인 매물이긴 하지만 IPO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던 탓에 매수 수요가 적었다. 이에 호가를 3만원으로 내려 지분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토스가 상장 작업을 가시화하면서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지분 매각도 부각이 되는 모습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토스의 IPO 본격화 소식과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지분 매각이 맞물리면서 토스 주식 유통에 활기가 도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매각 또 다른 배경 '불확실성'

우리벤처파트너스로선 펀드 만기로 인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스의 현재 몸값은 약 5조원으로 거론되는데 상장 목표 밸류에이션을 10조원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목표대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이론상으론 약 2배의 추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가정일 뿐 시장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상장 이전에 토스 지분을 팔려는 것도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토스의 상장은 빨라야 내년으로 전망되는데 이마저도 정해진 것은 아니다.

토스가 내년 상장을 하더라도 보호예수가 신속한 회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근 기업 상장에서 투자사들의 락업 설정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상장 후 주가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우리벤처파트너스의 토스 상장 전 지분 매각이 시기적절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에선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자체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해 토스 지분을 자체적으로 떠오는 방법도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기존 펀드에서 신규 세컨더리 펀드로 지분을 이전할 때 가격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상장하면 10조원까지는 못 가더라도 현재보단 높은 몸값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아쉬움이 클 것"이라며 "2022년께 토스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했는데 현재는 이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LP 입장에서도 빠르게 수익을 확정하길 바랄 수도 있다"고 말했다.

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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