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초반 수익률은 상장지수펀드(ETF) 흥행을 가르는 요인으로 꼽히곤 한다.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상품을 내놓아야 그 진가를 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과거 대비 수익률과 흥행(순자산 증가) 간의 연관성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캡티브 물량, 기관의 투자 방식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히고 있다.

13일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019년과 2023년에 신규 상장한 ETF의 첫 한 달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지난 2023년의 첫 한 달 평균 수익률(1.42%)이 4년 전인 2019년(0.74%)보다 좀 더 높게 나타났다.

작년에 상장된 ETF를 기준으로 지난 2019년에 출시한 ETF와 비교해 살펴봤다. 여전히 주식형 ETF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 주식 시장이 마냥 강세를 띠지 않았던 2019년에 신규 상장된 ETF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작년 기준 한 달 수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상품으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로 28.69%를 기록했다. 이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KB자산운용의 'KBSTAR AI&로봇',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 순으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각각 22.08%, 21.16%, 17.16%로 나타났다.

2023년과 2019년 첫 한 달 수익률과 순자산 증가 상위권 상품 목록
출처: 연합인포맥스

 



2019년에 신규 상장한 ETF의 초반 수익률은 그보다 낮게 나타났다. 'KBSTAR KRX300미국달러선물혼합' ETF가 10.8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코스닥150', 'KODEX Top5PlusTR' ETF 등이 각각 8.80%, 6.93%로 집계돼 그 뒤를 이었다. 과거 대비 좀 더 시장 환경에 적합한 상품을 내놓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TF 흥행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인 순자산 증가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년 기준 첫 한 달 동안 순자산이 가장 크게 늘어난 상품으로는 'KBSTAR 머니마켓액티브' ETF로 5천965억 원가량 증가했다. 이어 'KODEX 24-12 은행채(AA+이상)액티브', 'ARIRANG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 ETF의 순자산도 각각 5천915억 원, 2천458억 원 늘었다. 이들 상품의 한 달 수익률은 모두 0.3~1.3% 사이로 집계됐다.

2019년에는 첫 한 달 수익률과 순자산 증가 규모가 어느 정도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에 순자산이 가장 크게 증가한 상품으로는 'KODEX 배당가치' ETF로 약 1천129억 원가량 늘었다. 수익률 상위권을 기록했던 'KODEX Top5PlusTR', 'KOSEF 코스닥150' ETF의 순자산은 각각 689억 원, 257억 원 늘었다. 순자산 증가 기준 상위권에 포진된 상품들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도 수익률과 순자산 증가 간의 연관성은 크게 떨어졌다.

2019년에 신규 상장한 ETF의 수익률과 순자산 간의 연관성은 0.26을 기록한 반면, 2023년은 마이너스(-)0.01로 나타났다. 1은 완전한 상관관계, 마이너스(-)1은 완전한 음의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초반 수익률과 흥행 간의 연관성이 사라지는 점을 두고 과열 경쟁의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열사를 통해 캡티브 물량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기관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채권형이나 금리형 ETF에 주로 투자한다"고 진단했다.

개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산운용사 다른 관계자는 "ETF를 투자자에게 노출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수익률이 높아야 그게 입소문을 타고 상품을 주목받을 수 있어 이를 무시할 순 없다"면서 "이전보다는 확연히 상장하는 ETF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출시 시기가 밀려 고점에 상장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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