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작은 것'을 강조한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크로프로세서(Microprocessor)의 아버지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작은(micro) 연산처리장치(processor)가 모여 그래픽처리유닛(GPU), 중앙처리장치(CPU)가 된다. 그리고 이런 칩들이 모여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모델을 만든다.

그의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은 사람, 기업, 그리고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빅테크'가 나오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그리고 거기서 경력을 쌓기 시작하는 학생부터 주목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데이비드 버넷 CCO
연합인포맥스 촬영

 


짐 켈러 CEO는 지난 29일 판교 텐스토렌트 한국 사무소에서 진행된 연합인포맥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큰 회사는 작은 회사부터 시작한다"며 "(한국 정부는) 더욱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빅테크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한단 의미다. 짐 켈러 CEO가 제언한 작금의 '하드웨어 공화국'이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짐 켈러 CEO는 "최근의 AI 물결은 학생들에게 스타트업에 들어갈 이유를 제공했다고 본다"며 "스타트업 경험, 인턴십 등을 통해 배운 경험이 다시 학교로 돌아간 그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직접 크고 작은 회사를 거쳐 이른바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성장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언이다. 짐 켈러 CEO는 현재 휴렛팩커드에 인수된 디지털이큅먼트코퍼레이션(DEC)에서 커리어를 시작, AMD, 애플, 테슬라, 인텔 등에 족적을 남겼다. 그 과정에서 각종 스타트업(팔로알토 반도체 등)을 창업한 뒤 다시 거대 IT기업에 되팔며 성장을 거듭했다.

1990년대 AMD에서는 K7, K8과 하이퍼트랜스포트 등을 설계해 이른바 '64비트 CPU 시대'를 열었다. 이후로도 해당 도면은 계속 개선 및 변경됐지만 골격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애플로 이동해서도 'A칩'의 근간을 만들어 놓는다.

짐 켈러 CEO가 떠난 후 고전하던 AMD는 결국 다시 그를 찾게 된다. 친정에 돌아온 짐 CEO는 전설의 CPU, '라이젠'을 만들어 낸다. AMD는 여전히 그가 만든 라이젠을 토대로 후속 제품들을 만드는 중이다.

◇ 새로운 전설의 시작…엔비디아 아성에 도전하는 작은 거인

새 기록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짐 켈러 CEO는 요즘 새로운 전설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 상대는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에 있는 엔비디아와 오픈AI다.

최근 짐 켈러 CEO는 트위터를 통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직접 겨냥한 바 있다. "나는 1조 달러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 오픈AI의 7조 달러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가 이렇게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이른바 집단 지성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텐스토렌트는 리스크파이브(RISC-Ⅴ)라는 오픈소스 기술을 사용한다. 하드웨어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설계자산(IP)을 개방,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특정 기업의 소유권이 없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으며, 다양한 반도체 설계에 적용할 수 있다. 반도체 IP의 독점권을 가진 영국 암(ARM)의 대항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연장선상으로, ARM과 동맹적 관계인 엔비디아 등 골리앗에 도전하는 돌팔매가 되기도 하다. 텐스토렌트는 그 돌팔매를 돌리는 소년 다윗이다.

짐 켈러 CEO는 " RISC-V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며 "다른 누구보다 확실히 더 나은 새로운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고, 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혁신의 기회는 커진다"고 귀띔했다.

◇ 삼성·현대차·LG로부터 러브콜…파운드리 고객사이자 전장 부품 파트너사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텐스토렌트에 주목한 이유도 이 때문에다. RISC-V를 활용한 제품으로 개발 비용은 줄이고 효율성은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LG전자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삼성전자 등이 이 작은 거인에게 1억달러(약 1천300억원)를 쾌척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손을 잡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대만의 TSMC 대신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을 택한 이유에 대해 짐 켈러 CEO는 "우리는 다음 칩(퀘이사)을 위한 파트너를 찾고 있었고, 이런 걸 다 해낼 수 있는 회사가 삼성전자다"며 "패키징 디자인은 물론, 디자인 백엔드, IP를 제공하는 등 전체적인 서비스가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의 관계도 각별하다. 실제로 지난 시리즈에서 현대차그룹은 1억달러 중 절반에 이르는 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비단 전기차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으로 해석된다.

켈러 CEO는 "현대차그룹과 주요 계열사들은 부품부터 로봇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현대차는 이미 좋은 회사로 (테슬라 등을 따르는) 팔로워가 될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현재 텐스토렌트는 차기 라운드를 위해 나선 상황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유치를 비롯해 여타 벤처캐피탈 등에서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 텐스토렌트에 642억원 투자 계약 체결
연합뉴스 자료 화면

 


다음은 짐 켈러 CEO, 데이비드 버넷 최고고객책임자(CCO)와의 일문일답.
ㅡ CTO에서 CEO로 바뀌면서 가장 큰 변화는?

▲ 연초에 CEO가 되고 지난해는 투자 유치로 할 일이 많았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작성해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더 큰 영업팀을 구성하고 적절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추던 과거와는 전혀 달랐다. 범위도 확장해야 했다. 소프트웨어 및 운영체제 그룹, 컴파일러 그룹, 시스템온칩(SoC) 팀, CPU, 칩 디자인 팀 등이 일하고 있으며 나는 (CEO로서) 많은 조언을 하는 역할이다.

ㅡ 어떻게 '살아있는 설계의 전설'이 됐나.

▲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DEC에서 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프로세서였던 '알파'의 공동 설계자였다. 이후 AMD로 가서 K8을 주도적으로 설계했고, K7에도 기여했다. 또 하이퍼트랜스포트도 있다.

이후 브로드컴이 인수한 스타트업과 애플이 인수한 회사(팔로알토 반도체)를 나란히 다니며 창업하게 됐다. 그리고 맥북에어 등 여러 애플 제품에 들어간 A4, A5 작업을 했다. 그것들도 훌륭한 제품이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인기도 있었다.

다시 AMD에 갔다. 이후 테슬라에서 오토파일럿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만들었다. 이후 인텔로 이동했다. 특히 인텔에서는 부사장(SVP·Senior Vice President)으로, 약 1만명으로 구성된 팀과 재밌게 근무했다.

ㅡ 최근 트위터를 통해 오픈AI의 샘 올트먼보다 더 싸게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어떻게 더 적은 돈으로 구현할 수 있나.

▲ 핵심은 AI 기술이다. AI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다. 텐스토렌트는 이를 위해 두 가지 작업을 수행한다. 먼저 내부에 RISC-V를 사용하여 텐서 프로세서(Tensor Processor)에 명령하는 AI 프로세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더 나은, 더 효율적인 작동 방식을 결정한다. 이를 통해 텐서 프로세서는 엔진을 특별하고, 다양화한다.

RISC-V는 오픈소스다. 오픈소스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뭐든 만들 수 있다. 예컨대 ARM의 설계는 ARM의 것, 인텔의 설계는 인텔의 것이다. 하지만 RISC-V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다른 누구보다 확실히 더 나은 새로운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다. 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게 핵심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혁신의 기회는 커진다.

ㅡ 한국 사무소를 연 이유?

▲ 여러 고객과 투자자가 있다. 또, 우리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여러 회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고객 지원 인력을 고용한 것이다.

ㅡ 삼성부터 LG전자, 현대차 등 다양한 기업과 관계를 쌓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관계가 시작되었나?

▲ 삼성과는 DEC에서 일하던 1995년부터 관계를 가져왔다. 삼성전자의 '알파' 프로젝트였다. 또 삼성, 인텔과 손을 잡고 여러차례 협력했으며 모두 성공적이었다. 애플, 테슬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협력 상대방은 때때로 달라졌다. 하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다양한 분야에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ㅡ 삼성의 '엑시노스'는 평가가 갈린다. '설계의 전설'로서 줄 수 있는 어드바이스는?

▲ 먼저 (엑시노스의) 기술을 검토해야 한다. 기술은 정말 어렵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부품이 모여야 한다. 또 사업적인 이유도 있다. 기술 이외의 이유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데이비드 버넷 CCO) 좀 더 추가하자면 삼성과의 오랜 역사를 언급하셨는데. 우리가 정말 감동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정말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신기술, AI, RISC-V 등을 채택하는 것을 보아왔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적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이다. AI와 RISC-V 사업을 하는 가운데, 한국의 이런 점들이 우리에겐 일종의 힘이 된다.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며, 꽤 공격적이기도 하다.

ㅡ 텐스토렌트에게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TSMC 등 다양한 옵션이 있었다. 왜 삼성전자와 협력하기로 했나.

▲ 우리는 다음 칩을 위한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차기작인 '퀘이사'와 함께 갈 회사다. 이런 걸 다 해낼 수 있는 회사가 삼성이다. 삼성 내부에는 다양한 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좋은 팀이 있다. 삼성은 일종의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패키징 디자인은 물론, 일부 물리적 디자인 백엔드를 수행한다. 또 IP를 제공하는 등 전체 패키지가 정말 강력하다. 아주 좋은 파운드리며, 최고 중 하나라고 본다.

ㅡ 현대차그룹과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 이제 1년이 넘었다. 먼저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우리를 소개하고 투자해보자고 했다. 현대차그룹과 주요 계열사들은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부품에서부터 보스턴다이내믹(로봇)을 비롯해 훌륭한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현대의 스마트 차 공장에 갔다. 여기서 자동차 조립 로봇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찰했다. 견학을 통해 몇 가지를 메모하고, 또 동시에 개선된 부분들을 포착했다.

ㅡ 현대차는 '넥스트 테슬라'가 될 수 있을까?

▲ 왜 추종자가 되어야 하는가. 이미 현대차는 좋은 회사다. 이미 현대차 제품들은 충분히 좋다.

▲(데이비드) LG도 있다. LG도 세계 선두를 향해 가고 있다. 텐스토렌트는 LG, 삼성과 함께 많은 성공을 거두었으며, 현재도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우리에겐 좋은 시장이다.

ㅡ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어떻게 커졌는가.

▲ 큰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차량을 정의한다. 이전까지는 소프트웨어는 일부에 불과했다. 작은 화면에서 GPS나 온도 조절을 위한 약간의 소프트웨어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결제 시스템과 GPS, 무선 라디오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빠른 컴퓨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설치하면 운전 중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브레이크나 자동차 방향 전환 등에도 소프트웨어가 들어간다. 그리고 자동차 내에는 이런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가 모두 포함된 매우 빠른 네트워크가 있다.

ㅡ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다.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는 어떻게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 삼성은 세계에서 꽤 큰 파운드리다. 그리고 DRAM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경마(horse race)로 바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기술 엔지니어다. 삼성은 좋은 기술을 갖고 있고, 그들의 칩은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

ㅡ 최근 일본 '라피더스'와도 협력을 시작했다. 일본 반도체 기업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 일본에도 AI 기술에 대한 고객이 많이 있다. 또, 일본 정부는 파운드리 기술, 칩 설계 및 시스템에 투자하려는 매우 공격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게 됐고, 뜻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고객 중 일부는 (라피더스에서 생산한) 그 제품을 사용할 것이다.

ㅡ 한국은 명실상부 하드웨어 공화국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이제야 육성을 시작하는 단계다. 산업 육성을 위한 제언을 해줄 수 있나.

▲ 스타트업을 지원하라. 큰 소프트웨어 회사는 작은 회사부터 시작한다. 인턴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빠르게 배우고 학교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배운 것들이 학교에서 다시 영향을 준다. 최근의 AI 물결은 학생들에게 스타트업에 들어갈 이유를 제공했다고 본다.

▲(데이비드) 우리는 오랫동안 여러 AI 소프트웨어 회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함께 일한 최고의 기업 중 일부는 한국 출신이다.

김경림 기자(좌측), 짐 켈러 CEO(중앙), 데이빗 버넷 CCO(우측)
연합인포맥스 촬영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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