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각 자사주가 저평가 원인…자사주 18% 전량 소각 제안"
"행동주의 우호적 환경 형성돼…일회성 활동 아냐"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금호석유화학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차파트너스는 주주총회 결의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과 자기주식 소각도 제안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촬영: 김학성]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4일 오전 여의도 IFC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김경호 후보자가 분리 선출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금호석유 이사회가 전체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박찬구 금호석유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와 손잡고 이달 금호석유 정기주주총회를 겨냥해 주주제안에 나섰다.

박철완 전 상무는 금호석유 지분 9%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그는 지난달 15일 차파트너스에 주주제안권을 위임하며 공동보유자가 됐다고 공시했다.

김형균 본부장은 금호석유 이사 10명 가운데 81% 지분을 가진 일반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이사가 한 명도 없다며 주주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출처: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김경호 후보자는 KB금융지주와 한국씨티은행, 신한투자증권에서 합산 15년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장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달 KB금융지주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김경호 후보자는 재임 중 KB금융지주의 총주주수익률(TSR)과 자사주 소각 금액 및 비율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최상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김경호 후보가 KB금융지주에 재직하는 동안 다른 금융지주회사들이 이사 선임 안건에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나 국민연금으로부터 많은 반대표를 받은 것과 달리, KB금융지주는 찬성표를 끌어냈다.

김형균 본부장은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이 3%로 제한돼 누가 외국인 및 소액주주, 국민연금의 표를 얻어가느냐의 싸움"이라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가 이사회 결의뿐만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2년에 걸쳐 금호석유가 보유한 자사주 전량(18.4%)을 소각할 것도 제안했다.

금호석유는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1990년대 말 자기주식을 대규모로 취득한 이래 20년 넘게 보유하고 있다.

차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는 시가총액 3조원 이상 상장사 중 3번째로 높은 비중이며,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취득 자사주 기준으로는 1위다.

[출처: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차파트너스는 이러한 높은 자기주식 비중이 금호석유 저평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OCI와 자사주를 교환한 사례에서 보듯이 자사주를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해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남용될 수 있는 데다가 주당 가치 감소로 주가가 저평가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형균 본부장은 "금호석유가 대규모 자사주를 제3자에 처분하면 단순한 산수로 박찬구 회장 측의 의결권이 19%에서 35%로 늘어난다"며 "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무조건 방어할 수 있는 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주주의 권익 훼손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며 세계적인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호석유의 최근 3년간 주가는 58% 하락했으며, 해외 동종업계나 국내 화학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최저 수준의 총주주수익률(TSR)을 보였다.

[출처: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ISS가 2020년 홍콩 행동주의 펀드 오아시스매니지먼트의 일본 후지텍 상대 자사주 소각 주주제안에 찬성을 권고했고, 국민연금 역시 해외의 유사 사례에서 자사주 소각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김형균 본부장은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은 과거부터 존재할지 모르나 저희는 그것과 무관하게 전체의 81%에 달하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주주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그는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에 실패한 점, 회사가 금호리조트 등 비핵심자산을 인수하고 범용제품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 비합리적으로 자본을 배분하는 점도 금호석유의 저평가를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김형균 본부장은 "저희는 단기 처분 목적은 아니다"라며 "금호석유가 문제 제기로 바뀌어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동주의) 활동이나 제안들에 대해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된 거 같다. 실제 주총에서 표를 모아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형균 본부장은 사조오양에서 이상훈 경북대 교수, 남양유업에서 심혜섭 변호사 등 감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혹시 지더라도 저희가 주장하는 내용의 정당성에는 훼손이 없다"며 "일회성으로 끝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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