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 방경만 사장 후보자 선정 절차 비판…기업은행·국민연금 표심에 촉각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지난해 KT&G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무산되면서 이들의 공격은 일단 '찻잔 속 태풍'으로 그쳤다. 그러나 KT&G가 거버넌스를 일부 개선하고, 3년간 2조8천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하도록 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KT&G 2023년 주주총회 모습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올해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가 사장 후보자 선정 절차를 비판하고 나선 데다, IBK기업은행과 국민연금공단 등 주요 주주들의 반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작년 주총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일 KT&G에 따르면 KT&G는 오는 28일 여는 주주총회에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안건을 상정한다.

먼저 사내이사 선임 과정을 변경해 사장이 추천하고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주총에서 선임하던 것을 이사회가 추천하고 주총에서 선임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현직 사장을 포함하는 정관을 삭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 KT&G는 향후 3년간 2조8천억원 수준의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배당에 1조8천억원, 자사주 매입에 1조원이 쓰인다.

또 1조원을 활용해 확보할 자사주 7.5%와 기존 보유분 7.5%를 합한 15% 수준의 자사주를 오는 2026년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탄력적으로 소각할 예정이다.

KT&G의 이같은 변화는 주주행동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한 안건들은 대부분 부결됐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내면서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국민연금공단 이사회 측 제안에 모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판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이후 안다자산운용은 KT&G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동주의 펀드가 나선 후 주당 10만원까지 올랐던 KT&G 주가도 8만~9만원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주총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행동주의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끈질기게 요구한 것이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FCP는 백복인호(號) KT&G에 대해 "매출은 40%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17% 감소하며 동종업계와 영업마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차기 사장 후보 검증 기간을 충분히 갖고 외부에 후보 자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KT&G는 차기 사장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사장을 다른 후보자에 우선해 심사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고, 사장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올해 주총은 지난해와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복인 현 사장이 4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고 방경만 수석 부사장이 사장 후보자가 됐지만 FCP는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모두 백복인 사장 재임 시절 선임된 사외이사로 100%로 채워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2018년 백복인 사장 연임 당시 반대 의견을 냈던 기업은행이 이번에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방 사장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연금도 지난해 KT&G 주식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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