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들이 만든 라면을 시식하는 신동원 농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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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정부가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식품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지난 2년간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한 데다 원재료 외에 제반 비용이 올랐다며 가격 인하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지난 22일 동작구 본사에서 열린 6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라면 가격 조정과 관련해 "여러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올해 라면 가격을 인상할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준 오리온 대표 역시 지난 18일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오리온 청주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해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라고 밝히며, "자체적인 기술 혁신과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기업들이 이처럼 잇따라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 것은 정부가 최근 치솟은 식품물가 안정을 위해 가공식품 기업들에 협조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식품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과 한훈 차관은 연일 물가 안정을 위한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 청주공장 방문한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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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장관은 지난 10일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 "물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자체 할인 행사, 가격 인하 노력 등 유통·식품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차관은 13일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19개 식품사 대표·임원과 간담회를 열고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아울러 가공식품 등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품목은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되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 권고로 라면, 빵, 과자 등 일부 제품 가격이 인하된 바 있지만, 인하 품목이 한정되고 실적에 도움이 되는 주력 품목은 빠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근에는 사과·배 등 농산물에 비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체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민들이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식품 기업이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자 이들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식품 기업들은 그러나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신동원 회장은 밀가루 가격 안정에 따른 라면값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밀가루 한 품목만으로 라면 가격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검토는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한 식품 기업 관계자는 "정부 물가안정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반 비용이 올랐다"며 "가격 인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 기업 관계자는 "가공식품 가격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 2년간 재료비 인상분을 감내하며 정부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해 왔는데 여기서 더 내리는 것은 사실 부담스럽다"고 강조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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