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만에 모녀 측 전원 부결, 형제 측 전원 선임 확정

한미-OCI 통합 최대 위기 직면

통합 발표 계기로 갈등 분출…두 달여 만에 일단락

(화성=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 사이의 분쟁에서 형제 측이 압승했다.

한미사이언스[008930]는 28일 경기도 화성시 신텍스컨벤션에서 열린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 6인 선임을 모두 부결하고, 주주제안 후보 5인 전원 선임을 확정했다.

득표율은 의결권 있는 주식 수 기준 52% 대 48%로 간발의 차이였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기존 이사 4인과 주주제안 이사 5인으로 이질적인 구성을 이루게 됐다.

한미와 OCI그룹의 통합은 최대 위기에 직면할 전망이다.

◇ 지연 또 지연…6시간 만에 갈린 승부

이날 주주총회는 당초 오전 9시에 열릴 계획이었으나, 오전 5시부터 돌입한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 집계와 출석주주 확인 등이 지연되며 예정보다 3시간 넘게 늦은 낮 12시30분경 시작했다.

분쟁 당사자들이 확보한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회사는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주주총회 진행을 감독할 검사인을 선임하는 등 엄밀한 회의 진행에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임종윤·종훈 형제와 이우현 회장은 주주총회 현장에 자리했지만, 송영숙·임주현 모녀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리출석을 포함해 의결권 있는 주식의 88%가 출석하며 주주총회는 결의 요건을 갖췄다.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
[촬영: 김학성]

한미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송영숙 모녀 주도의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 6인과 임종윤 형제 측 주주제안 이사 후보 5인 등 총 11명 후보자 선임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송영숙 회장을 포함해 4명이다.

구체적으로 이사회는 임주현·이우현 사내이사, 최인영 기타비상무이사, 박경진·서정모·김하일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반면 주주제안 측은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를 내세웠다.

한미사이언스는 11명의 이사 후보 선임 의안을 일괄 상정해 출석 의결권 과반의 지지를 받은 주주제안 측 이사 후보 5인을 선임하고, 이사회 측 후보 6명은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시켰다.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회장 명의의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빅 파마'로 거듭나고자 한다"며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해 면목 없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주주가 우려하는 지점을 잘 알고 있으나, (OCI와 통합은) 한미그룹의 주주가치를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종윤 사장은 주주총회 진행을 대행한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전무이사에게 등기이사가 아닌데 왜 본인을 '전무이사'로 칭하냐고 따지며 "오늘 와서 보니 한미의 수준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주주제안 이사 후보 5인을 직접 소개했다.

다른 주주총회 참석자는 "미등기이사는 주주총회 진행 권한대행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고등법원 판례가 있다"고 언급하며 의사 진행이 적법하지 않을 경우 의장을 불신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사 선임에 대한 표결은 개표에만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개표가 길어지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겠다", "마냥 기다리라는 거냐"며 고성이 울려 퍼졌다.

이에 검사인은 "분쟁의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 최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후 3시경 나온 개표 결과에 양측의 희비가 엇갈렸다. 주주총회 개회 예정시간(오전 9시)으로부터 6시간 지난 뒤였다.

신성재 전무가 이사 선임 개표 결과를 발표한 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 두 달여 끈 모녀-형제의 '진흙탕 싸움'

한미약품 창업자 가족 사이의 분쟁은 지난 1월 12일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010060]의 경영 통합 발표에서 비롯됐다.

당시 한미사이언스는 최대주주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주도로 구주매각과 현물출자, 신주인수 등 세 가지 거래를 진행해 OCI그룹과 경영을 통합한다고 밝혔다.

거래 완료 시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였으며, 거래 규모는 총 7천703억원에 달했다.

한미-OCI 경영 통합 거래 구조
[출처: OCI홀딩스 IR 자료]

이러한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임종윤 형제는 즉시 반발했다.

임종윤 형제는 1월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 대상 2천400억원 규모 신주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통합에 반대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형제는 또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을 포함한 이사 5인을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하며 이사회 추천 후보 6인에 맞서 표 대결을 예고했다.

모녀와 형제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와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분쟁 결과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던 지난 22일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주요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 형제 지지를 선언하자 형제 측 지분율이 소폭 앞서나갔다.

하지만 지난 26일 오전 법원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기각하고, 7.66%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같은 날 오후 모녀 측의 손을 들어주자 다시 분위기는 모녀 쪽으로 넘어갔다.

정기주주총회 직전까지 모녀 측이 확보한 지분율은 약 43%, 형제 측은 약 40%로 추정됐다.

모녀 측은 "통합 이후 기존과 완전히 다른 주주친화 정책을 실행하겠다"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형제 측은 장기적으로 회사를 시가총액 200조원 규모로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오른쪽)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종윤(왼쪽)·임종훈 형제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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