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 합리화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가계부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문 형태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장기·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으로 지속 전환하고, 세제혜택, 장기주택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담화문에서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한 국민주택기금의 장기모기지 공급 확대, LTV·DTI의 합리적인 개선방침 등도 함께 제시됐다.

그러나 문제는 LTV·DTI의 합리화가 시장에선 '규제완화'로 읽힌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를 결국 '빚내서 집사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1천조원 시대에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계부채를 대하는 정부 인식이 부동산시장에 경도된 탓이다. 이날 가계부채 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전반적으로 주택 관련 대출부담을 어떻게 '워크아웃'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가계부채 대책인지, 부동산시장 대책인지 헷갈릴 법하다.

그만큼 가계에 주거비 부담이 상당하고, 그로 말미암은 부채수준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은 적절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에서도 '착한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LTV·DTI마저 완화한다는 데엔 의문부호가 따른다.

규제에 막힌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질적 악화'를 막겠다는 발상이었다면 큰 오해다. 더욱이 정부가 우리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을 아무리 강조한들 대외 변수에 전혀 흔들림없이 순항하리란 보장도 없다.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경제신흥국이 줄지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걷는 가운데 지금의 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낙관할 수 없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인상은 빚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에겐 끔찍한 일이다.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동아시아 대도시 주택가격 변동성의 비교·분석'을 통해 부동산 대출규제가 세제나 통화정책보다 더 직접적이고 큰 효과를 낸다고 발표했다. 대출규제가 시장의 과잉투자·과잉공급 탓에 빚어진 거시경제 전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직접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정책수단이란 설명이다.

때마침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지난해 57조5천억원 늘어 연말 기준으로 가계신용이 1천21조3천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대출규제 완화가 그렇지 않아도 가속도가 붙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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