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피보다 진하다. 대부분 가족기업인 한국 재계, 재벌가의 민낯이다. 오너 3세와 4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형제의 난, 남매의 난은 더 흔한 일이 됐다. 부자간, 모자간 갈등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경영권 쟁취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이들의 현실이란 비판도 나온다. 각자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된다. 이곳에서 소액주주나 국민의 입장은 고려 대상이 안된다는 게 씁쓸한 일이다."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는 않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 이런 일(가족 간 분쟁)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한미그룹 경영권
1일 오후 부산항이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의 3월 수출이 작년보다 3.1% 증가하면서 6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117억달러로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컴퓨터 등 4대 정보기술(IT) 분야 품목의 수출 증가율도 모두 동시에 플러스를 나타냈다. 2024.4.1 handbrother@yna.co.kr반도체의 봄날은 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다. 사실 올해 반도체 업황 전망은 장밋빛에 가깝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9% 넘게 감소
주주총회는 '기업의 청문회'라 불린다.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다. 주총을 주주들의 '축제의 장'으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물론 딴 나라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주총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많은 발전과 변화를 보이는 속에서도 주총 문화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참 이상한 일이다.기업들의 주주총회일이 집중되는 것부터 문제다. 정부는 여러 상장사가 같은 날 주총을 열지 않도록 권고하면서 주
시가총액 2천조원대(11일 현재 2조180억달러)를 자랑하는 엔비디아. 이 기업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매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미디어의 전면에 선다.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되는 '컨퍼런스 콜'에 직접 참여해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질문에 답변도 한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젠슨 황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하면서 엔비디아의 비전, 그리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의 미래를 그리며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도 매 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만날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거침없는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기업 평판에 대한 기준은 세대마다 크게 달라진다. 과거 경제부흥기 때는 이익을 많이 내 나라 경제와 가계에 도움을 주는 곳이 좋은 기업이었다. 먹고살 만한 세상에는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책임 등이 더 부각되기 마련이다.미국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좋은 기업은 이익을 잘 내는 기업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를 통해서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과중한 의무 부과는 기업의 자유를 침
"한국 대표 상장사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LG화학, KB금융 이사회가 재무상태표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제대로 주주환원을 하면 주당 펀더멘털 가치가 50~120% 상승할 수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 바로 코스피는 3,600까지 갈 수 있다." (강성부 KCGI 대표)상장기업의 자사주 소각 필요성을 강조하는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일성이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기정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력을 높이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3.12.19 superdoo82@yna.co.kr플랫폼법은 공정위가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이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을 이룬다. 요약하면 독과점 플랫폼으로 지정된 기업에 대해 사전 규제를 하
SK그룹 측의 실수인 줄 알았다. 연초 최태원 회장의 SK하이닉스 공장 현장방문 기사에 올라온 한장의 사진을 보고 든 생각이다. 사진 속 최 회장의 손에는 무언가 들려있지만, 음영 처리돼 정확히 알아보기 어렵다. 해당 사진을 제공한 SK그룹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웨이퍼란 설명을 단 것을 보고서야 이해가 됐다. 기술 보안을 위한 음영 처리였다. 웨이퍼 사진만으로도 핵심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사진 한장에 많은 의미가 담겼다. 최 회장이 올해 들어 가장 먼저 찾은 현장이 반도체 공장(이천캠퍼스)이다. 작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지난해 3월 고강도 긴축을 시작한 이후 첫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공식화다. 연준의 피벗 선언은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시대가 끝나가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선 연준이 내년에만 세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피벗 시대의 개막은 기업 입장에선 너무나 좋은 기회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의 하락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기에 유리한 조
#1.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구제 사례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12월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반도체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할 기로에서 채권금융기관(채권단)이 나섰다. 이듬해 3월 채권단 자율협의회가 열렸지만, 하이닉스 처리를 두고 결론을 못 내다 같은 해 10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의한 채권단의 공동관리 개시가 결정됐다. 이른바 워크아웃(workout)의 시작이다. 이후에는 채권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친 채무재조정과, 채권단이 보유한 전
기업어음(CP)은 매력적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발행기업 관점에서 모두 그렇다. 투자자는 통상 회사채를 사는 것보다 CP를 샀을 때 더 많은 이자를 받는다. 은행 예금 이자와 비교하면 두 세배 이득을 보기도 한다. 요새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매입할 수 있어 환금성도 좋아졌다.CP는 기업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금조달 수단이다. 우선 발행 절차가 간소하다. 회사채 발행은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관 대상의 수요예측이란 절차도 필요하다. CP 발행 때는 이런 절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릴만하다. '로켓 배송'의 대명사 쿠팡의 '로켓 질주'다. 쿠팡은 올해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8조원대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작년 3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으로 흑자다. 2010년 창사 이후 첫 번째 연간 흑자 달성이 확실시된다.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될 당시와 비교하면 놀라운 성적표다. 쿠팡은 2021년 2월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직전 연도인 2020년 실적은 매출이 13조9천236억원, 영업손익은 5천504억원 적자였다. 당시보다 매출은 두배가량 급증했다. 꿈에 그리던 연간 흑자전환도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인수를 할 수는 없었다". 연초 약 한 달간 주식시장과 연예계를 뒤흔든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인수전이 끝나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한 말이다.하이브는 카카오와 치열한 '쩐(錢)의 전쟁' 끝에 에스엠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하이브는 에스엠의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플랫폼 협업이란 실리를 택했다. 에스엠 지분을 카카오에 되팔아 1천억원대 차익도 남겼다.정작 에스엠을 인수한 카카오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됐다.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무리수를 둔 결과다. 카카오는 지난 2월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2 uwg806@yna.co.kr 그렇다고 기업인의 국감 출석을 무조건 배제해선 안 될 일이다. 기업인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국감장에 불려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갑의 횡포와 일감 몰아주기, 산업재해 등에 취약한 산업과 기업에 대해선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서 따져 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총수나 경영진에 국회가 불법과 편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 약
작년과 올해 초의 3고(高) 위기가 다시 재연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의 시대다. 기업들은 '상저하고'의 기존 경기 전망이 깨졌다고 보고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다. 금리 급등과 주가 급락으로 자금 조달 환경이 여의찮다 보니 투자 집행도 일단 늦추고 보자는 심산이다.당장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도 시원찮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때만 해도 하반기 실적 개선의 기대감이 있었지만, 4분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은 오히려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에 대한 걱정이다. 이달 중순 상장기업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말로 공정한가. 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이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준사법기관이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법원 판단 없이도 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사정 기관이기도 하다. 특히 공정위 고유 권한인 '전속고발권'은 기업 입장에서 무시무시한 수단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게 한 제도다. 다시 말해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은 혐의를 포착했더라도 기소를 할 수 없다. 공정위가 '경제 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레고랜드 광풍'이 몰아쳤을 때 시장은 일부 국내 대기업의 연쇄 디폴트까지 걱정했다. 시장 금리와 주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반영하듯 속절없이 밀렸다. 설(說)이 설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시중 자금마저 얼어붙었다. 시장에서 본의 아니게 블랙 리스트에 오른 해당 기업들은 돈줄을 찾아 온몸으로 뛰었다. '자금난' 석 자도 기사화하기 어려웠던 분위기로 기억한다. 기사 한 꼭지, 한 단락이 단숨에 기업을 무너뜨리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시장의 '자기실현적 예언'이 이
#1. 2010년대 중국 경제호황의 최고 수혜 화장품기업으로 꼽혔던 아모레퍼시픽, 지금은 되려 중국이 발목을 잡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수출길이 좁아진 데다 현지 경제사정까지 어려워지면서 이 회사 실적은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수출액이 한때 전체 매출의 80%에 육박했던 탓이다. 지난 2016년 5조6천억원대였던 매출은 작년에 4조1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익 감소폭은 훨씬 크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 8천5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천100억원으로
유럽연합(EU)의 경제강국 독일이 '유럽의 병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성장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G7 중 유일한 마이너스 성장이다.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병자 취급을 받는 건 놀라운 일이다. 독일은 2000년대 들어 과감한 고부가가치 제조업 투자로 눈부신 성장을 일궈왔다. 유럽의 병자 딱지는 주로 그리스, 이탈리아 등 경제위기를 맞이했던 남유럽 국가에만 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1986년 대기업집단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동일인(총수) 지정 기준 명문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외국인 총수' 관련 규정이다. 쿠팡(쿠팡 Inc.)의 창업자 김범석 의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의장의 쿠팡 지분은 10% 안팎이지만, 의결권은 70% 넘게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회사 의사결정의 전권을 행사하는 데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총수 지정에서 제외됐다. 개인 총수가 없으면 법인이 총수가 된다. 그래서 쿠팡의 총수는 쿠팡이다. 이 지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다. 국내 기업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