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기업 평판에 대한 기준은 세대마다 크게 달라진다. 과거 경제부흥기 때는 이익을 많이 내 나라 경제와 가계에 도움을 주는 곳이 좋은 기업이었다. 먹고살 만한 세상에는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책임 등이 더 부각되기 마련이다.

미국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좋은 기업은 이익을 잘 내는 기업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를 통해서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과중한 의무 부과는 기업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고, 생산 극대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편익이 줄어들게 된다"는 게 그의 논리다. 물론 50여년 전의 주장이다.

지금 세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더 무게를 둔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세간의 관심을 확 끈 소식이 있다. 부영그룹의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이다. 부영그룹은 지난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에게 현금 1억원을 지급했다. 이번에 지급된 돈만 70억원이라고 한다. 인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사례는 기업으로서는 최초의 일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해당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출산장려금 전달하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영의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에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에 대해 법인과 직원 가족 모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제 혜택이 마련되면 다른 기업의 출산장려책을 유도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 기업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국가적인 위기로 인식되는 저출생 극복의 화두가 되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다. 부영 오너의 횡령 의혹 등 과거 일탈이 흠결로 남아있긴 하지만,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은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사실 나쁜 기업의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최근 여론의 공분을 사는 대표 사례로는 대유위니아그룹이 꼽힌다. 이 회사 박영우 회장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위니아전자 및 위니아 근로자 649명의 임금과 퇴직금 347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골프장을 매각해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국회 국정감사 때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직원들은 생활고로 어려운 시간을 버티고 있는데, 기업 오너는 매각 대금을 받고도 자신의 몫만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게 비판받는 이상한 기업의 사례도 있다. 종합외식기업 bhc 이야기다. bhc는 작년 말 대표 메뉴인 후라이드 가격을 기존 1만7천원에서 2만원으로 20% 가까이 올렸다. 치킨 가격이 올라가면 가맹점에는 좋은 일일 수 있는데, 어쩐 일인지 가맹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bhc가 소비자 가격을 올리면서 가맹점에서 받는 재룟값도 상당폭 올린 게 결정적인 이유다. 치킨 가격 상승으로 되려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건 이들이 비단 사회나 국민에 무조건적인 기여를 해야 한단 의미는 아니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기업은 직원과 주주를 위해서 경제적 부를 창출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경제적 책임이다. 다만,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는 기업은 지속가능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좇아 소비자를 속이거나 직원의 처우 개선 등을 게을리하면 결국 그 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건 여러 사회적 경제기업의 사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착한 기업,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적책임펀드 규모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사회가 아무리 개인화, 파편화된다고 하더라도 혼자 사는 일은 참 쉽지 않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소속 직원이나 소비자 등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 그리고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길이다.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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