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은 반도체 시장의 드라마틱한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 기반 챗봇인 '챗GPT' 열풍이 반도체 수요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챗GPT 인기에 발맞춰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시했거나, 준비 중이란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관련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메모리 시장 개선에 더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엔비디아 로고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은 71억9천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 65억2천만 달러보다 약 10% 많았다. 주당 순이익도 1.09달러로 예상치 0.92달러를 20%나 상회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가이던스는 더 '놀라운' 수준이었다. 회사는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110억 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72억 달러를 50% 이상 웃도는 수치다.

엔비디아의 서프라이즈는 챗GPT 등 생성형 AI 붐에 힘입은 바 크다. 엔비디아는 실적 성장에 대해 "큰 고객인 인터넷 기업과 서비스 제공업체의 강력한 수요 덕분"이라며 "이 고객들은 생성형 AI 및 대규모 언어 모델 구동을 위해 그래픽 칩을 탑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래픽 칩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도 했다. 메모리 수요 확대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그래픽 칩에는 고성능 메모리가 들어간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 12단 적층 HBM3
[출처:SK하이닉스]




글로벌 메모리 1, 2위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에서도 선두 주자다. 기존 시장에서 HBM 채택 비율은 높지 않았다. 기존 D램 가격보다 3~5배 이상 비싼 가격이 문제였다. 하지만 AI와 딥러닝 분야 데이터 처리량이 증가하면서 HBM 보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한다. 구글도 AI 챗봇 '바드(Bard)'를 출시했다. 기존 메모리보다 가격이 몇 배 높은 고성능 메모리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반도체 기업은 물론 시장 전반의 회복세에 물꼬가 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마침 반도체 공급 과잉이 끝이 보인다는 연구기관의 낙관적 시나리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AI 관련 수요와 함께 삼성전자 등 메모리 업체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5월 리포트에서 올해 D램 연간 수급이 '수요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전망까지는 공급 우위에 무게를 뒀으나 한달 만에 수요 우위로 전환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으로 공급량이 기존 전망보다 줄어든 대신, 수요까지 살아나면서 판세가 바뀔 것으로 봤다. 특히 AI 열풍과 관련해 서버와 그래픽, 그리고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수요가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픽] 글로벌 D램 매출 현황
[출처:연합뉴스]




반도체 업황이 점차 개선되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만만찮은 변수가 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에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제품에 대해 구매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한국 기업 등에 중국으로의 반도체 공급을 자제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도 중국으로의 공급이 막히면 국내 기업의 수혜는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산업부양 정책에 더해 강력한 외교 능력이 뒷받침돼야 할 시점이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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