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네이버는 반 토막, 카카오는 3분의 1 토막. 2년 전의 주가 고점 대비 현재 성적표다. 올해 들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주가가 급반등하는 와중에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네이버 주가는 올해 들어 2%가량 오르는 데 그쳤고, 카카오는 되려 6%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5% 오른 것을 고려하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다.


네이버·카카오 로고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민 서비스' 기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네이버의 초록색 창과 카카오의 메신저(카카오톡)는 전 국민이 애용하는 소통 채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에는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가 현실화하면서 이들 플랫폼은 놀라운 실적을 냈다.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나란히 시가총액 순위 3위와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보다 '네카오'로 대표되는 디지털 플랫폼이 신성장동력으로 인식되는 시기였다.

최근 네카오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IT를 비롯한 성장주가 동반 몰락할 때는 잘 몰랐다. 일시적인 매크로 충격이라 생각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올해 들어 글로벌 IT와 빅테크가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이자, 네카오가 처한 현실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여느 재벌 기업이 그렇듯 내부 지배구조의 문제나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부조리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돈만 좇아가는 사업모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문어발식 인수합병(M&A) 시도는 도전 정신은 사라지고 안정적 성공에 안주하겠다는 것으로 읽혔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소상공인에 아픔을 준 것도 모자라 먹통 대란과 주식 먹튀 논란 등을 거치며 기업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까지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시스템투자 반성"…카카오 남궁훈 '먹통사태'에 대표직 사퇴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비자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네카오는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도전까지 받게 됐다. 네카오의 독주체제였던 국내 검색포털시장을 글로벌 빅테크에 잠식당할 위기에 처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MS의 '빙'과 구글의 '바드'는 현지화 전략을 앞세웠다. 한국에서는 한국어 검색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식이다. '국산 서비스'라는 네카오의 강점이 빠르게 퇴색되고 있다.

네카오는 아직 이렇다 할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지만, 데이터나 재원 규모 등에서 격차가 커 글로벌 빅테크와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빅테크에 없는 뚜렷한 강점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국내 검색시장도 점차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네카오의 잠재력을 여전히 높게 사는 일부 전문가 집단도 있다. 사업 확장력이 좋은 플랫폼 기업인 데다 아직 국내 선두권의 위치를 잃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와 차별화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동안 외형적인 성장을 이끌었던 이커머스와 광고 등에 매몰돼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소비자와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회복도 급선무다. 네카오가 대한민국 IT의 심장으로 다시 일어서려면 혁신적인 사업과 비전 제시 못지않게 외형에 걸맞은 도덕성도 갖춰야 할 것이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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