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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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2분기(4~6월) 절반이 지나고서야 결정된 이상한 '분기 요금' 인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5일 2분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오른다. 지난 3월 말에는 확정됐어야 할 2분기 공공요금이 이제야 나온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정치권 탓이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인데도 여당은 한전 등에 자구책이 먼저라며 끊임없이 압박했고, 결국 한전 사장의 중도 사퇴라는 '성과'를 올렸다. 요금 인상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한전과 가스공사 재무라인은 운영자금을 마련하느라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숫자를 통해서도 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90)




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와 CP/전단채 통합통계(화면번호 4290, 4715) 등을 보면 2분기 들어 한전의 자금조달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회사채(한전채) 발행량을 다소 줄이는 대신 기업어음(CP)을 비롯한 전자단기사채(전단채)의 비중을 확 높인 점에서다. 작년 하반기 이후 한전채 순발행은 월평균 2조~3조원 수준이었다. 이 추세는 올해 3월까지 이어졌다. 채권 발행금액이 2분기 들어 크게 줄었다. 4월과 5월(15일 기준) 한전채 순발행은 각각 1조1천억원, 1천700억원에 그쳤다.

한전은 요금 인상이 없는 한 매달 수조원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다. 원가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밑지는 장사다. 채권 발행을 줄이면 다른 데서 운영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데 결국 단기자금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매달 순상환을 보였던 한전의 전단채는 4월에만 1조2천800억원 순발행됐다. 5월에는 15일 기준으로만 전월 수준을 넘긴 1조3천600억원의 순발행을 보였다. 지난 4~5월 한전채 순발행도 소량이나마 늘었다는 점에서 채권 상환 금액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운영을 위해 단기자금을 급하게 끌어왔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지는 동안 한전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됐던 셈이다.

한전채 과다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 왜곡 현상을 우려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지난해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당국은 한전에 채권 발행 자제를 요구해왔다. 한전채 발행 한도가 많이 찼다는 점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작년 말 법 개정으로 늘어난 한전채 발행 한도는 약 104조원. 지난 15일 기준 발행 잔액은 70조원으로 70% 가까이 한도가 찬 상태다. 하반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한도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올해 들어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은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역마진 구조가 해소되기엔 역부족이다. 2021년 이후로만 한전은 40조원 넘는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늦장 요금 인상에 2분기에도 2조~3조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원에 육박한다. 전기요금은 올해 kWh 당 22.1원 올랐는데, 산업부가 작년 말 책정한 연간 인상 적정액 51.6원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전의 악화한 재무구조를 해결하려면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이 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전력 사용 성수기인 여름철이 다가오는 데다 연말로 갈수록 내년 총선을 의식해 여론 눈치보기가 재연될 것이 우려된다. 요금 현실화가 없는 미봉책은 한전의 자금시장 의존도를 높일 뿐이다. 작년에는 한전채의 과다 발행이 불안 요인이었다면, 이에 더해 전단채와 CP 등 단기채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단기자금이 경색되는 상황이 온다면 자금시장을 넘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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