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또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이번에도 전기차의 절대강자 테슬라발(發) 후폭풍이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충전 동맹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결국 테슬라의 입지만 높여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를 비롯한 전기차 후발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테슬라 슈퍼차저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배터리 충전 동맹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깜짝 발표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포드는 내년 초부터 자사 전기차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1만2천여 곳에 설치돼 있는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이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8일에는 제너럴모터스(GM)도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20일에는 아마존이 대주주인 전기트럭 업체 리비안도 테슬라와의 충전 동맹을 선언했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기존 미국 표준인 CCS(Combined Charging System) 규격과 다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충전기 연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테슬라의 NACS가 북미 지역에서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소 운용업체들도 큰 흐름에 묻어가려는 분위기다. 미국의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 차지포인트와 블링크차징은 지난 16일 테슬라의 NACS 커넥터를 이른 시일 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에 기반을 둔 트리티움도 자사의 급속 충전기에 NACS 커넥터를 제공한다고 했다.

미 전기차 업체가 슈퍼차저를 이용하게 되면 테슬라는 적잖은 규모의 수익을 얻게 된다. 포드와 GM 등의 전기차 운전자들이 슈퍼차저를 이용하면서 내는 요금은 테슬라의 수입으로 잡힌다. 월가에선 테슬라가 포드·GM과의 충전소 계약 덕분에 충전소에서만 내년부터 2030년까지 30억달러(약 4조원), 2032년까지 54억달러(약 7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동맹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이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테슬라의 이런 미친 확장력은 경쟁회사들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아직 북미 시장에 한정돼 있지만, 테슬라가 충전 시장을 장악하면 전기차 생태계 자체가 다시 한번 크게 흔들릴 여지가 있다. 당장 북미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에 커다란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올해 1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순위는 테슬라와 GM,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포드 순이다. 충전 네트워크는 곧 인프라다. 인프라를 확보한 GM과 포드는 전기차 판매에 집중할 여지가 생겼지만, 현대차와 폭스바겐 등은 판매와 동시에 충전 인프라를 확장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유보적인 입장이다. 지난 20일 열린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테슬라 NACS 도입에 대해 아직 참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궁극적으로는 고객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현대차는 800볼트(V) 초고속 충전 설계가 돼 있는데 500V를 채택한 테슬라 슈퍼차저를 활용하면 오히려 충전 속도가 늦어진다.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슬라 슈퍼차저 이용 회사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크라이슬러와 푸조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갖춘 스텔란티스가 테슬라 충전 인프라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렉서스도 도입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테슬라 NACS 방식은 북미 표준을 넘어 전 세계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가 충전시스템 생태계까지 접수하면서 제2의 도약을 하고, 인프라 확충 부담을 줄인 경쟁사들이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반대급부로 확장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 수요가 가장 많다는 북미 시장에서 밀리면 답이 없다는 점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 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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