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샐러리맨의 신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돌아왔다. 2021년 3월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2년여 만이다. 자의 반 타의 반의 복귀다. 셀트리온은 매출 성장에도 이익은 정체됐고, 주가는 끝 모를 내리막이다. 주주들의 실망이 커진 와중에 그룹 총수로서 셀트리온의 비전과 가치를 재확인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지난달 말 연이어 열린 주주총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서 회장은 신약 개발 계획과 셀트리온 계열 3사의 합병 이정표 등을 제시했다. 서 회장은 "다시 돌아온 이상 그냥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셀트리온 매출이 25% 신장할 것이며 내년은 혁신적으로 큰 폭 신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서 회장의 경영 복귀가 유독 업계와 시장의 관심을 끄는 건 그의 남다른 존재감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그다. 20여년 전 CMO(위탁생산) 기업으로 출발한 셀트리온은 2005년부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집중했다. 2012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출시한다. 이어서 허쥬마와 트룩시마 등을 개발하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여기까지도 대단한 일이라 평가받는데, 셀트리온은 한국 바이오는 불가능하다는 신약 개발에도 도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인 렉키로나와 램시마의 피하주사형 제형인 램시마SC 등을 개발하고 승인까지 받았다. 렉키로나는 2021년 유럽에서 공식 승인을 받아 한국 바이오 제약사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회사의 성과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08년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셀트리온은 '100배 신화'를 썼다. 3천원대 주가가 10년 만인 2018년에 39만원대를 찍었다. 신약 개발 기대가 작용한 2020년에는 4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상장 이후 회계 문제와 임상 실패, 회장 거취 등과 관련한 루머가 끊이질 않으면서 주가 부침이 심했다. 그때마다 서 회장이 직접 소통에 나섰다. 그가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하고서 다양한 주주환원책으로 이를 극복한 건 유명한 일화가 됐다.

이런 이유로 주식 투자자들이 보는 서정진은 혁신과 도전의 아이콘이다. 셀트리온 주주들 사이에선 한국판 일론 머스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자신의 비전과 목표를 과감하게 제시한다는 점, 솔직한 감정 표현, 시장·주주와의 소통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다. 두 창업자 모두 10년 남짓 기간에 100배 이상의 엄청난 주가 상승 신화를 썼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수많은 팬덤을 보유한 기업인이면서도 거침없는 발언 등에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서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 '올드맨의 귀환'이란 불편한 시각도 존재한다. 셀트리온그룹 주요 계열 3사의 이사회 의장을 독식한 데 대해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셀트리온의 성공과 위기를 함께 겪어 온 주주들에게 더욱더 신뢰와 존중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국내 재계에선 드문 일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창업자가 회사를 떠났다가 다시 복귀해 회사의 성공을 이끈 사례들이 적지 않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구글의 래리 페이지,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트위터의 잭 도시 등이다. 이들의 성공 포인트는 회사의 비전과 문화를 잘 이해하고 시장 변화와 고객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 데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과 사업 모델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혁신의 길을 걸었다고 평가된다. 국내 최대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의 성공 스토리가 연장될 수 있을지는, CEO로서 절치부심 다시 도전장을 내민 서 회장의 손에 달렸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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