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아직 입법 단계에도 들어가지 않은 경제 관련 법안을 두고 이렇게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토종 플랫폼은 국외 빅테크에만 유리한 법안이라 하고, 빅테크는 그들대로 통상 마찰 운운하며 반발한다.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겠다는데 스타트업계, 벤처투자업계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쯤 되면 악법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연말에 입법 추진 방침을 밝힌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을 둘러싼 논란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기정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력을 높이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3.12.19 superdoo82@yna.co.kr


플랫폼법은 공정위가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이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을 이룬다. 요약하면 독과점 플랫폼으로 지정된 기업에 대해 사전 규제를 하겠다는 의미다.

대형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은 물론 구글과 유튜브 등 해외 빅테크도 공정위의 사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와 국외를 막론하고 플랫폼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다.

아이러니한 건 국내와 국외 플랫폼의 법 해석이 각자 다르다는 점이다. 국내 플랫폼은 자국 내 규제가 강화되면 '역차별'을 받아 외국 IT 공룡들만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 주장한다.

반대로 국외 플랫폼은 통상 이슈까지 제기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빅테크 플랫폼이 한국 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법 시행 초기 경쟁당국의 규제가 빅테크에 집중될 수 있단 우려다.

공정위는 이런 우려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공정위는 일관되게 플랫폼법의 규율대상은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반칙 행위가 있으면 국내와 국외 플랫폼 무관하게 동일한 잣대를 제시하겠다는 얘기다. 차별과 역차별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집중하겠단 취지다.

스타트업계나 벤처투자업계의 플랫폼법에 대한 비판은 이해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플랫폼법이 시장 생태계를 위협해 플랫폼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한다.

플랫폼법의 적용 대상은 일부 초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한정된다. 플랫폼의 독과점화는 그동안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독과점화를 막아야 중소형 플랫폼과 스타트업이 그나마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플랫폼법이 기존 공정거래법에 더해 이중 규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법이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는 것은 시의성을 강화하겠단 취지다. 법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단 의미다.

사전 지정된 플랫폼이 반칙 행위를 하는 것을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제재 조치에 소요되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과거 공정위가 위법 행위를 발견하고서도 제재 조치까지 수년 간 미뤄지는 일이 잦았다. 제재가 내려지는 시점에는 피해를 본 후발 주자가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기도 한다.

사실 플랫폼법에 대해 반발하는 주체는 대부분 법에 직·간접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이다. 법안이 발효되고 실제 소수의 거대 플랫폼만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다면 중소형 플랫폼과 스타트업, 소비자들에는 오히려 공생과 기회의 장이 열릴 수 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도 플랫폼 활용 과정에서 별다른 피해 없이 편의성이 높아지면 그만일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한다고 새로운 법안 발의가 논의조차 잘 안되는 건 더 문제다.

소비자단체는 오히려 환영 일색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플랫폼법의 입법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며, 소비자 피해 사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점적 플랫폼에 의한 소비자 피해 사례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와 유튜브 프리미엄의 급격한 가격 인상 등을 들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독점적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 단체의 입장이 소비자의 입장을 오롯이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반 국민의 정서에서도 플랫폼법의 시도가 나빠 보이진 않는다.

공정위의 소통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소통을 지속하면서 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시장과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경쟁당국의 법 남용 가능성이다. 이를 위해선 플랫폼의 금지 행위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동시에 그 행위를 제한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입증 부담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생보호'라는 타이틀을 내건 공정위가 소비자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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