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 2010년대 중국 경제호황의 최고 수혜 화장품기업으로 꼽혔던 아모레퍼시픽, 지금은 되려 중국이 발목을 잡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수출길이 좁아진 데다 현지 경제사정까지 어려워지면서 이 회사 실적은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수출액이 한때 전체 매출의 80%에 육박했던 탓이다. 지난 2016년 5조6천억원대였던 매출은 작년에 4조1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익 감소폭은 훨씬 크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6년 8천5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천100억원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익은 700억원대에 불과하다.

#2. 한국의 자동차산업도 과거 중국 수혜를 크게 입었던 업종이지만, 화장품 업계와는 차별화된 실적을 선보인다. 수출 다변화를 통해 대체시장을 발 빠르게 넓혀온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2016년 93조원대 매출을 작년에 142조원대로 늘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5조2천억원에서 9조8천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이익만 7조8천억원에 이르며 '10조원 클럽' 달성이 유력하다. 현대차는 중국 내 생산기지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 제조사에 매각했다. 작년에는 중국 충칭 5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매각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장의 매각 등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중이다. 중국 내 생산과 판매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북미와 유럽, 인도 등 대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 주효했다.


'글로벌 성장엔진' 중국 경제에 빨간불…'도미노 디폴트' 우려 고조(CG)
[연합뉴스TV 제공]


지난 10년 넘게 중국 시장 의존도를 높였던 기업들은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다. 중국의 '세계의 공장'이란 타이틀은 흔들린 지 오래다. 과도한 지방정부 부채와 부동산 거품 붕괴, 인구 고령화 등의 문제로 장기 불황 우려마저 고개를 든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지난 2020년 25.9%에서 올해 1분기 19.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 '디리스킹(위험 축소)'을 선제적으로 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실적 차이는 앞으로 더 분명해질 것이다.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탈(脫)중국이나 '디커플링' 전략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디커플링은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 속에서 나오는 전략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지금도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시하거나 단절할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줄여나가는 디리스킹 전략에 더 힘을 써야 하는 이유다.


'돌아온 유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이 6년여 만에 재개되는 시점에서 외교적으로 디커플링이 과도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대거 유입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관광산업은 물론 면세점, 유통업을 비롯한 내수산업의 활성화 기회로 삼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 경제의 위축으로 유커 특수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모처럼 굴러온 돌을 걷어찰 이유는 없다. 대중국 교역에 대한 위험 요인을 관리하면서 대체 시장을 확장하는 디리스킹 전략이 기업들이 살길이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5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