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지난해 3월 고강도 긴축을 시작한 이후 첫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공식화다. 연준의 피벗 선언은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시대가 끝나가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선 연준이 내년에만 세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3연속 금리 동결' 기자회견 하는 美 연준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피벗 시대의 개막은 기업 입장에선 너무나 좋은 기회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의 하락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기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투자 확대는 기업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피벗 시대에 투자를 제대로 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극명하게 벌어질 수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전략을 펼칠 기회이기도 하다. 고금리 시대는 기업 M&A를 크게 제약했다고 평가된다. 인수 금융의 부담이 컸던 탓이다.

금리 인하기는 M&A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짧은 시간에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시너지를 내는 데 M&A 만큼 좋은 수단은 많지 않다. 피벗 시대를 맞아 한동안 주춤했던 M&A 시장이 만개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에는 부채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호기다. 고금리 여파로 금융당국이 선정해 발표하는 부실징후기업 숫자는 전년대비 20% 넘게 늘어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부채비율이 높아진 기업들은 피벗 시대에 차환과 저금리 조달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신용등급 상향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중·장기 자금조달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다.

IT 등 성장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 직접적이다. 그동안 고금리는 성장 기업 밸류(가치) 측정에서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시 말해 고금리의 해소는 기업 밸류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고 주가 상승의 가능성을 높인다. 유상증자 등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피벗 시대가 기업들에 기회라고는 하지만,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각 기업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스스로 또 다른 측면에서의 '피벗(Pivot)' 전략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피벗은 기업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이나 방향을 조정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혁신기업은 피벗에 능통한 법이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스타벅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지만,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세계 최대 이커머스가 됐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해 세계 최대의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커피 원두를 판매하는 작은 상점에서 출발한 스타벅스, 지금은 자타공인 세계 최대의 커피 체인이다.

이들은 모두 피벗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구현하고, 시장을 선도하고, 수익을 창출했다. 업황이 아직 개선 조짐이 없다고, 자금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감산 기조를 고수하거나 투자를 줄이는 쪽에만 방점을 둔다면 좋은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성장의 기회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적어도 도태되지 않으려면 금리 피벗 시대에 맞춘 새로운 경영전략을 깊이 있게, 그리고 발 빠르게 고민해야 한다. (취재보도본부 기업금융부장)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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