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중국의 경제 둔화가 한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크리스티안 툰토노 크레디트스위스(CS) 일본 외 아시아 지역 이코노미스트는 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수출액에서 중국·홍콩의 비중은 명목 기준으로는 가장 크지만,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세 번째"라며 "한국 수출에서 중국도 중요하지만, 선진국 시장만큼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CS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가 작년 5월 발표한 2009년 명목 기준 한국의 수출액은 중국·홍콩(29.1%), EU(13.6%), 미국(12.1%),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인도(11.4%) 순이다. 같은 기간 부가가치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액은 미국(19.4%), EU(18.5%), 중국·홍콩(15.5%), 아세안·인도(8.8%) 순으로 미국과 EU의 비중이 37.9%에 달한다.

툰토노 이코노미스트는 이 수치를 기준으로 대(對)미와 대 EU 수출액이 각각 10% P 감소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0.5%P 감소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대중국·홍콩 수출액이 10%P 감소하면 한국의 GDP는 0.4%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한국 경제에서 미국과 EU 등 선진시장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해도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툰토노 이코노미스트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을 거두려면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내수를 살리고, 성장 지표를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으로 서비스 규제 완화와 공공기관 개혁 등의 과제를 담고 있다"며 "이는 작년 11월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8기 3중 전회)에서 제시된 중국의 구조적 개혁 방침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툰토노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중국의 구조적 개혁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도시화의 비중이 높아서 소비 진작이 어렵다는 것이 툰토노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또, 중국보다 한국 경제는 시장의 원리에 충실한 편이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고, 이미 선진화가 많이 돼서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툰토노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은 한국의 자산 거품이 전반적인 물가하락을 가져올 상황은 아니고, IT와 자동차에서 업계 선도적인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가 회복하면 안정적인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는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따라갈 우려는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툰토노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지속과 현재의 낮은 인플레이션율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할 시점은 다소 멀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2분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 "글로벌 경기 성장세가 예상치를 뛰어넘어 한국의 아웃풋갭(실질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이 예상한 것보다 빨리 줄어든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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