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지난 2011년 초 삼성전자를 주인으로 맞은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역성장했다.

23일 삼성메디슨의 연결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2년 2천678억원에서 지난해 2천507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08억원에서 7억원대로 각각 감소했다. 당기순손익에서 흑자 전환이 위안거리다.

해외 법인의 청산, 매각 등으로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삼성전자 편입 후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삼성메디슨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삼성메디슨의 기존 인력 이탈도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영업인력들이 독립해 개인 회사를 차리거나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전년대비 반토막날 정도로 심각하다. 헬스케어 사업이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육성 의지를 밝힌 것이 무색하다.

이에 대해 삼성 특유의 관리 문화가 한 때 벤처 신화로 불렸던 메디슨 문화와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업 방식의 변화가 당장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출신의 경영진은 의료기기 시장에서의 기존 영업 방식에 변화를 줬다. 직원 개인의 네트워크에 의존한 영업보다 시스템에 기반을 둔 판매를 원한 것.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사업부처럼 인맥 등이 아닌 삼성메디슨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철저한 'B TO B'로 승부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는 맞지 않았고 영업인력의 반발을 샀으며 결국 이탈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삼성 측의 의료기기 사업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지난해 아시아를 제외한 북미와 중남미, 유럽,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2012년 81.2%, 지난해 90%에 달한 삼성메디슨의 특성상 해외 시장이 중요한데다 국내에서도 브랜드를 내세워 장기적으로 제값받고 팔기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걸핏하면 불거지는 의료기기 리베이트 사건도 삼성 측으로서는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삼성메디슨을 포함해 GE, 필립스, 지멘스 등 국내에서 영업하는 국내외 업체를 대상으로 리베이트 제공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정부도 지난달 오는 2020년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 진입을 목표로 연구개발(R&D)과 국내외 시장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거래 관행도 손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 경영진은 영업 관행을 바꿔 혹여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의 소지를 없애야 했다.

이래저래 혹독한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을 겪는 셈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삼성메디슨이 국내 시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오래 지속된 의료기기 시장의 영업방식을 단번에 바꾸려고 한만큼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장기적으로 볼때 삼성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간다는 평가도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차별화된 품질력과 AS를 보일지가 메디슨 인수의 성공 여부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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