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1천800억 상환유예" 팬택제안 수용 가능

"팬택 판매 물량 보장만 해달라"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벼랑끝 위기에 몰린 팬택을 두고 채권단과 이동통신 3사가 평행선을 걷고 있는 가운데 이통사에 출자전환 참여를 요구했던 채권단이 사태해결을 위해 팬택이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16일 "이통사가 받아줘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팬택이 이통사에 제안한 내용을 채권단도 수용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택이 제안한 중재안은 이통사가 1천800억원의 상거래채권을 출자전환하지 않고 대신에 2년간 상환을 유예해 달라는 것이다.

채권단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면서도 이통사가 팬택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당초의 출자전환 요청을 거둬들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실사를 거쳐 확정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정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새로 짤 수 있다는 의미다.

채권단은 이통사가 1천800억원의 출자전환에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로 3천억원(채권단 몫)의 출자전환과, 차입금에 대한 원금상환을 2018년까지 유예하고 담보채권과 무담보채권의 이자율을 각각 2%와 1%로 인하하며 기존 주식에 대해서는 10대1의 무상감자를 실시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경영정상화 계획을 이미 의결해 둔 상태다.

채권단이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이통사의 출자전환 참여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채권단과 이통사의 '핑퐁게임'에 아무런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 팬택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간다면 양측이 감수해야 할 손실과 비난은 적지 않다.

이통사는 여전히 팬택에 대한 출자전환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출자전환을 통해 주주로 참여를 하면 향후 안아야 할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해서다.

이통사의 입장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하고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팬택은 채권단의 사전 동의없이 이통사에 출자전환 대신 채무를 2년간 상환 유예해 달라는 새 카드를 내밀었다. 채권단에 협조해 줄 것도 요청했다.

팬택의 제안에 시큰둥했던 채권단도 서서히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통사도 반응을 보여달라는 게 채권단의 바람이다.

다만, 채권단과 팬택은 일정 규모의 판매물량을 이통사가 보장해 줘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달 17만대 정도를 팔아야 하는데 이통사가 이 정도는 받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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