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건설사들이 발주사와 하도급 업자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화된 하도급법에 따라 하도급자들의 권리는 상대적으로 커졌지만, 발주사와 원청업체(대형·중견 건설사)사이를 규율하는 제도는 미약해 중간에서 건설사들의 재정 부담이 늘어났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SH공사 등 발주사로부터 건설 대금(기성금액)을 지급 받는 과정에서 돈을 바로 못 받고 2~3개월 간격으로 받는 경우가 많았다.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가 발주사인 경우는 대금 지급이 연기되거나 국·공채로 대금을 대신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60일 이내에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야 해 원청업체에게 현금 유동성 문제가 생겼다.

하도급 업체에 어음을 주려고 해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자율을 연 7.5%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원청업체는 자금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발주사가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해도 발주사와의 관계 때문에 원청업체가 공정위에 고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규모 토목 사업의 경우 발주처가 정부나 LH등의 공공기업 등이기 때문에 어필을 해봤자 손해만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하도급자가 공정위에 제소하는 것이 쉬워지다보니 하청업체의 과실을 오히려 원청업체가 물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대금을 지급했음에도 하청업체가 장비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자, 발주자는 원청업체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해 건설사가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한 경우도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만 규제하는 하도급법에 문제가 있다며 발주자와 원청업체 사이를 규율하는 제도도 마련돼야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원청업체의 불법행위는 하도급 계약 적정성 심사제 등으로 촘촘하지만, 상대적으로 하도급자와 장비업자, 건설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제도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자와 원·하도급자, 장비업자, 근로자들의 관계가 물흐르듯 흘러가야 건설업계 전반의 문제가 해결된다"며 "원도급자에 지나친 부담을 안기는 현 하도급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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