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홍경표 기자 = 투자위험 대상이던 건설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성공하면서 SK건설과 현대건설도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실시된 롯데건설의 1천억원 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8건, 1천400억원 어치의 수요가 몰렸다. 8건 모두 롯데건설이 제시한 공모희망금리 범위 내로 금리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의 공모희망금리 범위는 민간채권평가회사 3사(한국자산평가, 키스채권평가, 나이스피앤아이)가 청약일 1영업일 전 제공하는 롯데건설 3년 만기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에 0bp~50bp를 가산한 이자율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 회사채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고금리 메리트가 있었다"며 "연기금에서 뭉칫돈이 들어와 발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 롯데건설 수요예측 깜짝…최경환 효과인가

지난 1일 신용등급이 'A+(한신평)'인 롯데건설의 수요예측에 1천400억원이 몰린 것은 업계에 충격이었다.

건설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피 대상이었다.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다 해외 현장의 대규모 부실까지 잇따르면서 대형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도 기관투자자들이 거들떠 보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의외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몰고온 부동산 경기 부양책과 저금리 분위기가 건설주의 반등을 이끌어 냈지만 보수적인 회사채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나이스신용평가가 분양 부진 등을 이유로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을 한신평의 평가보다 한 단계 낮은 'A0'로 떨어뜨린지 3개월도 되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사의 회사채 투자자는 "롯데건설 회사채의 경우 금리를 높여 발행해 산발적으로 수요가 들어온 것"이라며 "건설 등 비인기업종의 경우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 증시와 다르다…투자자들 아직은 경계 커

아직은 건설채 전반에 대한 회사채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는게 시장의 분위기다. 롯데건설의 수요예측에서도 대형 기관이 전체 물량의 80%인 800억원 어치를 가져간 것으로 알려진 데다 발행금리가 높은 것도 건설채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풀렸다고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무엇보다 아직 부동산 경기회복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나 해외 현장의 부실 문제가 구체적으로 해결됐다는 증거가 없는 게 문제다.

유태인 동양증권 연구원은 "저가 수주 물량이 줄어들고 충당금을 쌓아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건설사들을 아직 완전히 믿기는 어렵다"며 "건설사가 신용평가사나 애널리스트들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는데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대규모 어닝쇼크가 발생할 것을 알고도 회사채를 미리 발행하는 등 건설사들이 잃었던 신뢰를 다시 얻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건설사가 턴어라운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적 신뢰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지난해의 심리적 충격이 시장에서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iberte@yna.co.kr

kph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