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한국전력의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입찰 공고로 본격적으로 '쩐의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흥행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3조원대의 높은 감정가격으로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다 입찰조건상 한전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일 한전의 본사부지 매각공고에 따르면 7만9천342㎡ 부지 등의 감정가격은 3조3천346억원으로 집계됐다. 감정가는 입찰 하한가로, 한전은 이를 바탕으로 예정가격을 정해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2개 이상 응찰자 가운데 최고가격을 제시한 곳을 낙찰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최고가를 써낸 1인 유효 입찰자가 있더라도 유찰로 처리하는 입찰 조건이다. 현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 세입이 되는 경쟁입찰에선 예정가격 이상 최고가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선정한다는 규정 외에 입찰참가자 수를 따로 정해두고 있지 않다.

한전은 실제 이번 입찰에서도 유효 입찰자가 1인만 있더라도 낙찰자로 선정할 수 있도록 입찰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담합이나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시비에 대한 우려 탓에 '2인 이상'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한전 관계자는 "현행 전자입찰에서 1인 유효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사례도 있고 이번에 적용할 수도 있었지만, 업체 간 담합을 막고, 1인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할 경우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명분상 이유는 그렇지만 이 관계자는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매각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질적으론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한 전략이라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한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앞으로 3종 일반주거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해 개발하면 땅값의 40% 안팎의 기부채납을 해야 하는 데다 건축비와 금융비용, 세금 및 각종 부대비용 등을 합하면 총 사업비가 최소 9조6천억원에 이르는 반면 분양수익은 7조8천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상업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분석으로 '승자의 저주'를 예고한 것이다.

이런 탓인지 현재 공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곳도 현대자동차 그룹 한 곳뿐이다. 한전 부지를 상업적인 이용이 아닌 사옥 부지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 현대차만 응찰한다면 예정가 이상을 적어내도 유찰된다.

재입찰공고에도 가격에 부담을 느낀 참가자들이 응찰하지 않는다면 한전은 예정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최초 응찰액보다 낮아질 것이 불가피해 한전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가격 부담이 있다는 시장 시각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개발 가치가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어 2인 이상 응찰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현대차 외에도 여러 곳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전은 입찰공고에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계획을 충분히 담지 않아 사업추진 과정의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이날 한전부지 도시계획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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