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놓은 알짜 매물인 동부발전당진의 매각이 삼탄의 인수 포기로 불발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전력과 예비송전선 설치를 둘러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매각 성사에 대한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동부발전당진의 최대주주인 동부건설은 지난 11일 정정공시를 통해 "삼탄이 지난 6일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일부 선행조건 미충족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통지해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탄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탄은 당초 지난 5일 주식매매대금을 동부건설에 넘기고 동부발전당진 인수 작업을 마무리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전과의 예비송전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계약을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2월 동부발전당진이 생산한 전력을 기존에 설치된 765kV 송전선로를 통해 송전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이용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다 갑자기 지난해 12월 345kV의 예비송전선로를 건설하고 비용을 분담할 것을 동부발전당진에 요구했다. 올해 3월엔 신설비용 분담을 거부하면 765kV 송전선로 이용도 제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렇게 되면 2018년 동부발전당진이 발전소 건설을 완료하더라도 345kV 예비송전선로가 건설되는 2021년까지 생산한 전기를 송전할 수 없게 된다.

삼탄은 이에 대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한전이 완강한 태도를 견지하자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삼탄의 인수 포기로 동부발전당진의 재매각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한전과의 예비송전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려는 기업이나 투자자는 사실상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부특수강 사례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산은은 지난 6월말 PEF를 조성해 동부특수강을 1천100억원에 인수했다. 산은과 동부그룹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언아웃(earn-out) 조항을 삽입했다. 향후 매각시 차익에 대해 동부그룹에 넘겨 주기로 하는 계약이었다.

산은은 내년 초 매각을 완결하는 것을 목표로 동부특수강에 대한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산은 내부에서도 동부발전당진을 동부특수강의 사례와 같은 방식으로 매각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12일 "PEF를 조성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는 것을 여러 대안 중 하나로 보고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동부발전당진의 차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SK가스가 삼탄보다 더욱 까다로운 인수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산은은 SK가스와의 인수 협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재매각에 나서기도 어렵다. 동부발전당진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여유가 많지 않은 셈이다.

다만, 가격이 문제다. 산은은 만약 PEF를 조성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더라도 삼탄이 제시했던 2천700억원 보다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보고있다.

향후 재매각을 통해 차익이 발생한다면 사후정산을 해 주더라도 PEF 인수 단계에서 가격을 높이 쳐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산은은 이미 동부발전당진의 주식을 담보로 동부건설에 2천억원의 브릿지론을 대출해 준 상태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