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추가 자구안 요구에 "더 내놓을 것 없다" 거부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채권단이 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 뒤 매각을 추진할 때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현재로선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김준기 회장을 포함한 동부제철의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100대1의 무상감자를 추진키로 하자 동부그룹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반응이어서 양측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부제철의 최대주주는 11.23%의 지분을 보유한 동부CNI이며 김준기 회장과 장남인 김남호씨도 4.04%와 7.39%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부건설(7.12%)과 동부화재(4.00%) 등 계열사 지분을 포함하면 동부그룹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36.94%에 이른다.

대주주에 대한 100대1의 무상감자와 530억원 규모의 채권단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김 회장과 동부그룹 특수관계인은 소수주주로 전락하고 김 회장은 사실상 경영권을 잃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23일 "대주주에 대한 100대1의 무상감자를 추진하는 것은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총수 일가가 정상화를 위해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회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없이 공감대가 형성됐다. 뒤늦게 반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준기 회장이 동부제철의 정상화를 위해 총수로서 추가적인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경영권에만 연연해 하고 있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추석연휴 직전 김 회장을 만나 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설명하고, 정상화를 위해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추가 자구안을 요청했으나 김 회장은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채권단은 ▲대주주 100대1, 일반주주 4대1의 차등 무상감자 ▲채권단 530억원 출자전환 ▲신규 자금 6천억원(L/C한도 설정 1억달러 포함) 지원 ▲기존 담보채권 연 3%, 무담보채권 연 1%로 금리인하 등이 담긴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김준기 회장이 대주주로써의 '책임' 요구를 거부한데 따라 채권단 주도로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면서 방안을 짠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그룹에서 김 회장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해 온 것은 없다"면서도 "채권단회의 이후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면에는 향후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보장을 얻어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거듭 말하지만 김 회장이 고통분담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줘야 할 근거는 전혀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의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 주식 관리 및 매각 준칙'(이하 준칙)을 거론하면서 동부그룹의 요구가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 준칙에서는 "(경영정상화 이후 매각 때) 부실 책임이 있는 구(舊) 사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우선매수청구권 부여와 관련해서는 "부실책임의 정도 및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평가를 통해서만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호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 것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은 보유한 지분이 100대1의 무상감자로 휴짓조각이 될 것을 알면서도 경영정상화에 동참해 4천억원에 달하는 사재를 출연했다"면서 "우선매수청구권도 사후적으로 정상화 기여 여부 등을 평가해 부여한 것으로 이번 동부그룹 사례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부그룹은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기준을 적용했다. 대주주 책임을 묻는 차등감자 비율도 너무 가혹하다"고 반발하면서도 "정상화 방안을 계속 논의중인 만큼 경영권 상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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