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성태 前 한은총재 "분배 해법 먼저 찾아라"
<인터뷰>이성태 前 한은총재 "분배 해법 먼저 찾아라"
  • 오진우 기자
  • 승인 2014.09.2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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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입이 무겁기로 유명한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의 거시경제 정책 등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 전 총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단이 잘못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23일 "현재의 장기 저물가 현상 등 경기 회복세 부진은 투자수요의 부진보다는 소비수요의 부진이 핵심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통화정책보다는 고용과 분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상황은 소비 여력 증진을 위한 처방 없이 금리 인하로 투자수요를 늘리는 일시적인 경기 대응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소득의 양극화 등 소비 여력을 떨어뜨리는 분배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구조조정 없이 통화완화 정책만 밀어붙이면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 일답

-최근 금리 문제를 두고 정부의 압박이 적지 않다.

▲각자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나 정부나 국민경제가 잘 되게 하려고 존재한다. 하지만, 잘 되게 하자는 판단은 어떤 절차를 거쳐 누가 하는가. (금리는)중앙은행과 금융통화위원이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외부에서)우리가 판단해서 이게 옳으니 이렇게 따라라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정해진 절차와 기구가 있다. (정부 생각과)같고 다르고 하는 것은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내 판단이 옳으니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익은 누가 판단하나. 법원은 법원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감사원은 감사원대로 한은은 또 한은 대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공급이 많으냐 수요가 많으냐의 문제다. 수요는 유효 수요를 봐야 한다. 쉽게 말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매력이 있어야 수요가 발생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는 돈이 있는 사람은 쓸 일이 없고, 쓰고 싶은 사람은 돈이 없다.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도 결국은 소득 불균형이 커진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인데.

▲예전에는 사람들이 중앙은행을 지나친 통화주의자라고 공격하곤 했다. 통화정책으로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물가가 통화정책에만 달린 것처럼 비판한다. 물가 안 오르니 통화를 풀어도 상관없고, 오히려 더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물가에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치지만, 전부는 아니다.

가격이 안 오른다는 것은 결국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요는 투자 수요와 소비수요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현재 투자 환경이 좋이 않느니 하는 등 투자수요에 측면은 이야기는 많이 나온다. 하지만 수요의 중요한 부분, 투자보다 훨씬 큰 소비수요는 왜 부진하느냐 하는 데 대해서는 별말이 없다.

소비수요가 왜 저조하냐가 중요하다. 소비수요 부진은 결국 생산이 소득과 고용 거쳐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고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고용 자체도 시원치 않을 수 있거나, 고소득 및 자산 보유 계층으로 더 많이 흘러간다. 중산층 이하는 고용도 잘 안 되고 소득도 잘 안 늘어난다. 전체 수요는 결국 중산층 이하쪽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명품에 대한 수요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쪽은 충분히 소비하지만 수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

-통화정책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란 말인가

▲소비와 통화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통화가 다는 아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통화가 전부다 이렇게는 안 본다. 전 세계에 걸쳐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또 자칫 이상한 방향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최근 토마 피케티가 제시하는 이론에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에서도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분배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한다.

이 문제 해결은 결국 고용과 분배 문제에 걸려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문제 등을 더하면 해법이 잘 안나온다. 이를 풀려면 골치 아픈 구조조정과 증세 문제 등이 걸려 있다. 일본 아베 총리도 대기업에 임금을 올리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급여 인상은 이해 상충이 발생하는 영역으로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최근 저물가의 상당한 원인이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해조정 문제로 연결되는 만큼 고민을 잘 안하는 것 같다. 물론 문제가 거기 있다는 것은 누가 모르나. 다 알지만 당장 하기 어렵지 않냐 하는 사람은 많을 수 있다.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무엇이라 보나.

▲수요와 공급에서 공급을 줄이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우니 수요 늘리는 것, 그중에서도 자꾸 투자수요 쪽 이야기만 나온다.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것일 수 있고, 대안이 없으니 검토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예를들어 누가 자본에 누진세를 메기자고 할 수 있겠나.

그러나 과거에 하던 식으로 해서는 소비는 못 건드린다. 자꾸 투자만 건드린다. 그런데 투자는 가만히 보면 하면 할수록 공급이 늘어난다. 투자는 소비인 동시에 차기 이후 공급 요인이 된다.

일시적인 불균형이면 상관이 없겠지만, 구조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겠는가. 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일시적인 불균형으로 본다. 시장이 자동조절 할 수 있는 만큼 참고 견디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가 과거의 경기 대응적 정책만 가지고 파고를 넘을 수 있는 문제인 의문이다.

물론 해결책이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영역은 아니다. 온 나라가 모두 다 달려들어서 보완 과정에 나서야 하는 일이다.

-금리 인하는 투자수요 촉진에만 치중된 정책이란 말인가.

▲금리는 투자 수요와 관계가 크다. 금리 인하는 재산이 있는 사람을 더 공격적으로, 위험한 쪽으로 떠미는 것이다. 5% 이자를 줄 때야 은행에 넣어두겠지만, 2%밖에 안 준다 하면 안전하지 않은 주식시장도 기웃하고 하지 않나. 금리는 낮춘다는 것은 경제 주체의 활동이 너무 소극적일 때 등 떠밀어 활발하게 움직이게 해 축소 재생산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등 떠밀어서 경기 사이클에서 오는 일시적인 수요 부족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전개되는 상황은 이전하고 같은 논리 구조로 그대로 하면 되느냐 하는 것은 고민하게 한다.

-그렇다면, 한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들을 더 공격적으로 떠밀어서 위험을 부담했을 때 결과가 '헛돈 썼더라' 이렇게 되면 위험을 부추긴 것이 독이 될 수 있다. 위험을 부추기는 것이 순기능이 클지 역기능이 클지 걱정이 된다.

주요국이 제로 금리를 끌고 가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 2~3년 후 좋아지면 되겠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살아나는 것인지 옛날 방식으로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현재 저물가 등은 통화보다는 다른 측면에서의 영향이 더 크다. 만약 해도 안 될 때는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이 확산한다는 점도 문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이 하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일본이 통화완화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을 두고 우리는 뭐하냐 하는 말이 많다. 결국 우리도 돈 풀어서 원화 약세 유도하고 하자는 말이다. 하지만 환율이 1,120원 1,130원 가는 것은 괜찮지만, 1,200원 1,300원 가는 것도 괜찮다고 할 수 있나. 그렇게 안 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정답이 쉽게 나올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자기 이익만 생각해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jwo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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